경기도 시흥시 편의점에서 일하던 30대 여성 A씨는 지난 4월 전남편 B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A씨는 지난해 말 이혼 후 B씨가 접근해 협박하자 경찰에 신고했다. 살해당하기 1주일 전에는 안전조치도 신청해 스마트워치를 받은 상태였다. 경찰이 스토킹·교제폭력·가정폭력 등 관계성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위치추적 장치인 스마트워치를 도입했지만 범죄 예방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안전조치 대상자에 대한 살인 또는 살인미수 피해 발생 건수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24건으로 집계됐다.
스마트워치를 통한 신변보호 위치확인시스템은 2022년 1월부터 정식 운영됐다. 살인과 살인미수 사건은 2022년 7건을 기록한 이후 2023년 5건, 2024년 5건 발생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7건으로 집계됐다. 스마트워치는 피해자가 위급한 순간 버튼을 눌러 위치를 전송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즉각적인 범행을 막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앞선 사례에서도 A씨가 스마트워치 버튼을 눌러 경찰이 약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범행을 막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안전조치들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올해 관계성 범죄 살인사건 70건 중 경찰에 신고되거나 수사 이력이 있었던 사건은 30건이다. 이 중 스마트워치 지급이나 CCTV 설치, 민간 경호 등 안전조치가 사전에 이뤄진 경우는 절반이 넘는 17건(56.7%)이었다.
경찰은 지난 8월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대책에는 전자발찌·유치·구속을 신청해 적극적으로 격리하고, 접근금지 처분을 받은 재범 고위험군 주변에 기동순찰대를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접근금지 위반 여부를 자동으로 인식해 경찰에 통지되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가해자를 강하게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스페인 프랑스 등에선 가해자에 대한 GPS 위치추적 전자관리 제도가 이미 도입됐다. 권 의원은 “단순한 위치 전송 방식의 기술적 장치가 실제 위기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수차례 확인됐다”며 “관계성 범죄는 반복성과 예측 가능성이 큰 만큼 가해자에게 초점을 맞춰 선제적으로 격리하고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