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노동 장관 친기업성 국감 돌발 발언에 노동계 “헉…”

입력 2025-10-17 02:31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원·하청 교섭창구 단일화를 검토하겠다”는 등 친기업성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노동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금까지 노동부와 양대노총 간 논의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내용인 데다 노동계가 반대해 온 주장에 노조위원장 출신 노동부 장관이 동조하는 모양새로 비쳤기 때문이다.

16일 노동계에 따르면 내년 3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원청과 하청노조 사이 교섭 방식에 관해 노동계는 원·하청 교섭창구 단일화를 반대한다. 각각의 하청노조가 원청과 교섭하는 방향이 기본 원칙이라는 것이다. 노동계는 원·하청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면 원청 사용자가 이를 명분으로 하청 노동자들과의 교섭을 거부할 수 있다고 본다. 원청이 자신들에 우호적인 어용 노조가 교섭권을 장악하도록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도 우려한다.

그런데 김 장관은 전날 노동부 국정감사장에서 야당 의원 질의에 “원·하청 교섭창구 단일화에 관한 보완 입법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 양대노총 간부는 “장관의 발언이 원·하청 창구 단일화를 막겠다는 방향이라면 찬성하지만 그런 의미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합법 파업의 범위를 판정하는 별도 기구에 관한 김 장관 구상에 대해서도 싸늘한 반응이다. 김 장관은 같은 날 “질병판정위원회처럼 어디까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지 결정하는 기구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노동자의 헌법적 권리인 파업권에 대해 정부가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된다고 판단하겠다는 발상에 기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이 지금까지 한 적 없는 말을 국감장에서 하는 걸 보고 ‘갑자기 왜 이러시지’ 싶었다”고 덧붙였다. 노동부 관계자는 국감 다음 날 민주노총과의 노란봉투법 간담회에서 김 장관의 국감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