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대통령실과 여당의 낯선 풍경들

입력 2025-10-17 00:38

李 대통령의 경찰 파견 지시나
비서실장 자기 홍보는 없던 일

집권 후도 '쭉 야당' 같은 여당
'중도보수'라더니 중도도 희박

국정운영·국회활동·메시지 등
중간점검 통해 미비점 고칠 때

요즘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돌아가는 모습이 퍽 낯설다. 최근 가장 희한했던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한 경정을 서울동부지검 마약수사팀에 파견하라고 직접 지시한 일이다. 대통령이 경찰서 과장급 수사관을 콕 집어 그의 인력 배치까지 챙긴 것은 이례적이다. 민정수석이나 검찰, 경찰 수뇌부를 통해 조용히 그렇게 하면 될 것을 대통령이 왜 직접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된다. 또 그걸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굳이 이를 공개한 것은 무슨 이유인가. ‘윤석열 부부의 마약 독점 사업에 검찰과 경찰 등 모든 기관이 개입됐다’는 그 경정의 주장이 향후 어떤 결과로 나오느냐에 따라 자칫 리스크를 떠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어 더더욱 신중해야 했다. 이 대통령이 갑자기 마약수사 한복판에 뛰어든 셈이 됐다.

대통령비서실장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이 운영되고 있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대통령실 공식 사이트에서 국민과 소통을 위해 비서실장이 등장하는 것이면 모를까, 그와 별도로 ‘비서실장 강훈식’이란 채널명으로 유튜브가 운영되는 것은 공과 사의 구분을 헷갈리게 한다. 대통령실 소속은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지켜야 하는데, 강 실장 채널에는 과거 의원 시절 정치적 주장이 담긴 동영상도 수두룩하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실 구성원들이 내년 지방선거에 신경이 가 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런 오해를 부르기 딱 십상이다.

대통령실이 KTV(국민방송) 영상 저작물을 국민들도 활용할 수 있게 전면 개방했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세금으로 만든 저작물을 국민이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당초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걸 활용해 나오는 대통령실 관련 유튜브 영상물은 국정 철학을 전파하기보다는 한번 웃고 넘어갈 코믹 ‘쇼츠’가 대세다. 게다가 당초 우려대로 출입기자들을 조롱하는 콘텐츠도 나오고 있다. 그걸로 조회수를 올리는 유튜버들만 신났다. 대통령실 활동이 그렇게 가볍게 소비되는 것으로 인한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하고, 기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을 두고서도 ‘이런 집권당은 없었다’는 얘기가 많다. 170명 가까운 거대여당이지만 다양성은 안 보인다. 당의 보이스도 강성 지도부 몇 명과 상임위원장 몇몇이 과점한 듯하다. 이 정도로 큰 정당이면 중도파, 온건파가 있기 마련인데 거의 찾기 어렵다. 이 대통령이 대선 전 당대표를 할 때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천명했지만 보수는커녕 중도 목소리를 내면 공격받기 일쑤인 게 지금의 민주당이다.

집권당이면 국정도 뒷받침해야 하고 정책 농사도 많이 지어야 하는데, 국민들 눈에는 그런 활동이 별로 안 보인다. ‘집권 후에도 쭉 야당’같아 보여서다. 그제 민주당이 캄보디아 사태와 관련해 청년일자리대책을 적극 지원하고,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으로 구직 의지를 잃은 청년들을 지원하겠다는 나름 시의적절한 정책 제안을 했지만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일 말고라도 여당이 주도해 국민들이 박수를 보낸 정책이 떠오르진 않는다. 설사 뭘 했더라도 국민은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국민이 민주당 하면 으레 대법원과 검찰, 또는 국민의힘을 향한 공격만 떠올리기 때문이다. 맨날 싸움만 하던 학생이 갑자기 책 읽는다고 바로 공부한다고 믿진 않는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지금의 국정 운영이나 국회 활동, 국민을 향한 메시지 전파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진지하게 중간 점검에 나설 때다. 대통령 지시나 메시지가 너무 잦게 공개되거나 만기친람식인 것은 아닌지, 대통령실 구성원들의 튀는 모습이 정작 중요한 대통령실 활동이나 정책의 집중도를 분산시키는 게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여당도 집권 세력이 됐으면 남을 공격하고 비난해서 점수를 딸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한 국정 운영과 정책 등 스스로의 실력으로 만들어낸 성과로 평가를 받는 노력에 진력해야 한다. 민주당이 앞으로도 계속 몇몇 강성 인사들에 의해 주도되고 ‘시끄러운 정치’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좀 남은 중도 이미지가 더욱 흐려질 수밖에 없고, 이는 더 많은 중도층을 떠나보낼 것이다. 내년 6·3 지방선거가 8개월도 남지 않았고 연초부터 일찌감치 선거 분위기로 전환될 것이다. 여권이 국정 운영을 재점검해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있게 체질을 바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