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한·미 관세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미국 투자와 관련한)이견들이 해소될 수 있다”며 “10일 내로 무엇인가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미 투자액 3500억 달러의 투자 방식, 현금 비중을 놓고 평행선을 달려온 관세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6일 미국으로 떠나는 등 경제·통상팀 수장들이 일제히 미국에 집결했다. 삼성·SK·현대차·LG 등 그룹 총수들도 비슷한 시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보여 민·관 총력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양국은 지난 7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관세 25%에서 15%로 인하’를 골자로 한 관세협상에 타결했다. 하지만 세부 이행 방안에서 ‘현금투자 최소화, 대출·보증 위주’를 내세우는 한국과 ‘현금 백지수표’를 고집한 미국 간 이견으로 합의문 작성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두 달 반가량 힘겨운 줄다리기가 이어진 사이 한국 자동차는 유럽연합·일본(15%)과 달리 25%의 관세를 떠안으며 타격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보도에 따르면 현금 투자의 비중을 늘리되 일정 한도의 통화스와프를 미국이 수용하는 절충안이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힘든 과정을 거친 만큼 협상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며칠 사이라도 고비가 올 수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도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선불로 내기로 했다”고 재차 거론해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우리 협상단은 막바지까지 냉철함과 국익 우선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관세협상과 한·미 정상회담 기간 대통령실은 결과를 예단해 자화자찬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합의문도 필요 없을 정도로 회담이 잘 됐다”고 말해 국민들로 하여금 협상이 성공리에 마무리 된 것으로 여기게 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대미 수출 부진, 여론 분열의 후폭풍을 마주해야 했다.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섣부른 낙관도, 국익에 위배되는 조급한 합의도 없어야 한다. 한·미 협상은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게 아님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