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4주 앞두고 수험생을 위한 기도가 이어지고 있다. 교회와 성도들은 ‘기적 같은 성적 향상이나 합격만 바라는 기복 신앙’을 경계하고, 하나님의 계획을 신뢰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는 중이다. 같은 시기 수험생뿐 아니라 모든 자녀의 미래를 놓고 기도하는 교회들도 적지 않다.
서울 오륜교회(주경훈 목사)는 지난 12일부터 수능일인 다음 달 13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수험생 기도회를 진행한다.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는 지난달 5일부터 두 달간 매주 금요일 ‘갈대상자 기도회’를, 서울 서대문교회(장봉생 목사)는 오는 29일과 다음 달 5일 수험생 학부모 기도회를 연다.
이들 교회가 공통으로 강조하는 건 ‘좋은 결과’가 아니라 ‘믿음의 성장’이다. 오륜교회 기도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시험 과정에서 자녀가 최선을 다하고, 결과와 상관없이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도록 기도한다. 새에덴교회는 기도회 명칭에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처럼 자녀의 앞길을 하나님 손에 온전히 맡긴다’는 뜻을 담았다.
수험생뿐만 아니라 성인이 될 모든 자녀를 위해 두 손을 모으는 성도들도 적지 않다. 서울 오류동교회(채성기 목사)는 오는 23일부터 수능 전날인 다음 달 12일까지 ‘자녀를 위한 세이레 기도회’를 연다. 3주에 걸친 기도회 일정은 다니엘이 세이레 동안 기도하기로 결심했을 때 기도 첫날 하나님께서 그의 기도에 응답하셨다는 말씀에서 영감을 얻었다. 교회는 ‘수능생을 위한 기도회’로 시작한 이 행사의 명칭을 2013년부터 변경해 성도들은 매년 수능 시험일을 즈음해 3주간 모든 자녀를 위해 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꽃동산교회(김종준 목사)도 지난 13일부터 수능 수험생을 비롯해 취업 준비생을 위한 기도회를 시작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이종철 부소장은 수능을 앞둔 부모의 불안감은 당연한 감정이지만 간절한 기도가 기복 신앙으로 흐르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부소장은 “원하는 결과를 즉각 얻어내는 ‘요술램프의 지니’처럼 기도를 여겨서는 안 된다”며 “내가 기도한 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은 성경적 믿음이 아니다. 이런 태도는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자녀의 믿음까지 흔들리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직 교사이기도 한 좋은교사운동 한성준 공동대표는 “‘수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실수하면 안 된다’ 같은 말은 부모의 불안을 자녀에게 그대로 옮기는 것”이라며 심리적 부담보다는 안정을 주는 부모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회에 대해선 “수험생을 응원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성도들에게 압박감을 줄 수 있다”며 “좋은 성취가 훌륭한 신앙의 지표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은 삼가야 한다. 교회는 결과와 상관없이 모든 학생과 가정을 품어주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성 김용현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