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기기증 대상자 확대로 더 많은 생명 살리길

입력 2025-10-17 01:10
연합뉴스TV 제공

장기 이식 대기자는 많지만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평균 대기 4년 동안 많은 이들이 이식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정부가 16일 발표한 ‘장기·조직 기증 및 종합계획’(2026~2030)의 핵심은 장기기증 대상을 기존의 뇌사자에서 연명의료 중단 후 심정지로 사망 판정을 받은 사람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기증자 부족 문제를 완화해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뇌사 상태에서만 장기 기증을 허용해왔다. 본인과 가족이 기증을 원하더라도 단순 심정지로 숨진 경우에는 불가능했다. 국내 뇌사 기증자는 2020년 478명에서 지난해 398명으로 줄었고, 대기자는 5만4000명을 넘었다. 기증은 줄고 대기자는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된 셈이다. 정부는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환자가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면 사망 판정 후 이식 절차 진행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미국·영국·스페인 등 이식 선진국에서는 심정지자 기증이 전체의 절반에 근접할 만큼 일반화돼 있다. 우리도 제도적 기반을 갖춰 생명 나눔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

윤리적 논란과 절차적 보완도 중요하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의 의사를 충분히 확인하고,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기증 희망 등록률을 2030년까지 등록 가능 인구의 6%로 높이고, 주민센터 등으로 등록기관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증자를 기리는 ‘기억의 벽’ 설치는 기증을 숭고한 선택으로 인식하게 하는 긍정적 시도다.

장기기증은 한 사람의 죽음이 또 다른 사람의 삶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제도의 문턱을 낮추는 것 못지않게, 생명 나눔을 존중하고 기리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정부는 제도 설계와 윤리적 안전망을 정교하게 다듬고, 사회는 그 용기 있는 결단을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