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SK·아마존웹서비스(AWS)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유치를 계기로 ‘AI 수도’로의 도약을 향한 본격적인 실행에 나서고 있다.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후 63년의 세월 동안 조선·자동차·석유화학이라는 전통산업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공업도시로 성장하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견인해 왔지만 이제는 제조업으로 지속성장을 보장받기 어렵다.
울산의 AI 비전은 데이터센터를 기점으로 울산형 제조 AI 혁신 거점을 만들어 관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제조업에 AI 기술을 접목해 제조업 표준 모델을 개발하고, 대기업뿐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에도 데이터를 공유하는 등 제조업을 고도화하고, 나아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불어 넣어 융합한 첨단 산업도시로 탈바꿈을 하겠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지난 8월 31일 남구 미포 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울산 AI 데이터센터 기공식’에서 AI 수도 선언문을 발표했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가 아닌, 대규모 AI 학습·분석, 산업별 자원공유(클라우드) 서비스, 초고속 데이터 처리 기능을 수행하는 지능형(스마트) 산업의 두뇌 역할을 하게 된다. AI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면 향후 울산을 거점으로 한 AI 기반 서비스가 전국 산업현장으로 확산해 세계적 수준의 산업 도시로 울산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30년간 7만8000명 이상의 고용 창출과 25조원 규모의 경제효과가 기대된다.
울산시는 내년 1월 정기 조직개편을 통해 본격적으로 전담 조직인 ‘AI수도추진본부’를 출범시킨다. AI수도추진본부는 기존 인공지능팀을 확대 개편한 ‘AI산업전략과’와 ‘미래첨단도시과’ 등 2개 과로 구성된다. 단순 행정 지원 기능을 넘어 AI 정책 수립, AI 인재 양성, AI 산업기반 조성, 수중데이터센터 구축, 국비 공모사업 대응, 기업 투자유치, 민·관·산·학 연계 교육 등 다양한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시는 AI수도추진본부를 통해 AI 산업기반 조성과 기업 유치, 인허가 지원, 인재 양성 등 종합적 정책을 추진해 제조·물류·에너지·해양 등 주력산업 전반에 인공지능을 접목하고 산업 전환과 혁신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독자적 생성형 AI 개발에도 도전한다. 산업수도 울산의 풍부한 제조업 데이터를 토대로 독립 운영·통제가 가능한 ‘소버린AI’를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UNIST, 울산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연구기관의 고성능 컴퓨팅 역량과 인재 양성 시스템을 결합해 ‘울산형 소버린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울산형 소버린 AI집적단지’는 AI데이터인텔리전스센터, AI제조혁신연구센터, 창업·성장지원센터, AI인재혁신센터, 스마트도시 미래센터, 라이프&웰니스센터 등으로 구상되고 있다. AI로 연결되는 주거융복합 연구개발단지 개념이다. 시는 ‘울산형 소버린 AI집적단지’를 통해 AI를 활용하고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또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전에 뛰어든다. AI 컴퓨팅센터는 정부가 약 2조원을 투자해 비수도권에 구축할 국가 규모 슈퍼컴퓨팅 허브로 AI 산업의 ‘심장’ 역할을 할 핵심 시설이다. 시는 지난달 30일 산·학·연·관 협력 AI 정책 자문·협의 기구인 ‘유-넥스트 인공지능 협의회(U-NEXT AI 포럼)’를 출범시켰다. 협의회는 시장, 시의장, 지역 국회의원 총 7명을 공동위원장으로 두고, 지역 기업·대학·연구 기관 관계자 등 50여명이 위원으로 활동한다. 협의회는 AI 컴퓨팅센터 유치를 당면 과제로 삼는다.
울산시의 이 같은 계획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1호 국정 과제로 ‘AI 3대 강국’을 내세우면서 내년 AI 관련 예산 10조1000억원을 편성해 대형 국책과제들을 공모할 계획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대형 국책과제 공모에 적극 나서는 등 울산을 아시아태평양 AI 데이터산업의 거점(허브)으로 키워 미래 100년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김두겸 울산시장
“4대 국가주력산업에 AI 더해 스마트시티 도약”
“4대 국가주력산업에 AI 더해 스마트시티 도약”
"울산은 지난 60년간 자동차·석유화학·조선·비철금속 등 4대 주력산업으로 국가 경제의 심장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AI 산업을 더해 스마트 시티로 도약하고 있는 만큼 산업의 판을 바꾸는 혁신의 길을 울산이 열어가겠습니다."
김두겸(사진) 울산시장은 1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은 초대형 AI와 데이터센터로 앞서가고, 유럽과 일본도 국가 차원에서 막대한 투자를 하는 등 지금 세계는 AI 주도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면서 "AI는 4대 주력산업으로 국가 경제를 이끌어온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 제조업의 경쟁력을 다시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릴 필수 전략이자 신산업의 동력"이라고 말했다.
김 시장은 "'울산의 AI 수도 도약' 전략으로 수중 데이터센터 구축, 울산형 소버린 AI 집적단지 조성, 전주기 AI 인재 양성 등을 제시하며 울산을 아시아·태평양 AI 허브로 조성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 시장은 울산이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환경을 토대로 국내 최대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한 데 이어 이를 도시 성장 기반으로 만들어가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앞서 유치한 SK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103㎿급 AI 데이터센터 규모를 향후 1GW급으로 확대해 140조원 규모의 AI 투자를 이끌어내겠다고 자신했다.
김 시장은 "앞으로 울산시는 지속해서 AI 산업 육성과 인재 양성에 전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수도 도약을 위해 AI 접목을 통한 산업 혁신을 주도하고 전주기, 산업특화 인재양성 체계를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시장은 끝으로 "울산은 이제 AI와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새로운 60년을 준비할 것"이라며 "기업과 일자리 중심의 위기 극복 전략과 AI 기반 신성장 전략을 양축으로 울산의 미래를 힘차게 설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