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중독의 덫과 탈, 중독의 틀

입력 2025-10-20 03:06

2023년 11월 22일 말레이시아에서 출발한 항공편에서 필로폰 10.9㎏이 적발됐습니다. 1회 기준으로 약 36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입니다. 미얀마 라오스 태국 접경지대인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은 이미 세계적 마약 생산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 청소년까지도 이 어두운 흐름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실제 마약 투약자 중 최연소는 초등학교 6학년생입니다. 집중적으로 손대는 시기는 만 17세 전후입니다. 최근 10대 마약사범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중독은 영혼과 삶 전체를 갉아먹는 덫입니다. 오늘 본문은 가인과 발람, 고라라는 세 사람에게 “화 있을진저”(11절)라고 경고합니다. 이들은 하나님을 예배하는 사람이었지만 모두 중독의 덫에 걸려 멸망했습니다.

가인은 시기심에 사로잡혀 살인으로 나아간 경우입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거짓을 말하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자기도취와 자기애적 중독의 전형입니다. 마약 중독자들은 강렬한 첫 시도를 잊지 못해 더 깊은 중독으로 빠져듭니다. 그 끝엔 관계의 파괴와 건강 붕괴, 자기 존재마저 상실하는 죽음이 있습니다. 가인의 길은 ‘자기 자신에게 중독된 삶’을 뜻합니다.

발람은 하나님 뜻을 알면서도 금은보화를 좇아 발락과 손잡았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을 직접 저주하진 못했지만 이방의 음란한 제의로 넘어가도록 길을 열어줬습니다. 오늘날에도 음란물 중독은 발람의 길과 유사합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자극적인 걸 찾습니다. 돈을 위해 자신과 타인을 팔아넘기는 모습도 발람과 같습니다. 마약과 도박, 성 중독은 결국 돈과 욕망에 자기 영혼을 내주는 길입니다.

고라는 모세와 아론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도 같은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피해의식과 질투에 휘둘려 공동체를 선동했습니다. 권력과 인정 욕구에 중독된 모습입니다. 오늘날에도 중독은 종종 ‘나는 더 큰 자리에 설 수 있다’라는 망상과 결합합니다. 고라와 무리가 땅속에 삼켜졌듯 권력과 망상 중독은 심판을 불러옵니다.

유다는 중독된 사람의 삶을 여섯 가지로 묘사합니다.(12~13절) 애찬(愛餐)에 암초가 돼 공동체를 깨뜨리고 ‘자기 몸만 기르는 목자’처럼 자기중심적입니다. 바람에 밀린 물 없는 구름처럼 헛되고 뿌리째 뽑힌 가을 나무처럼 열매가 없고 수치의 거품을 뿜는 파도처럼 방탕하며 마침내 유리하는 별처럼 캄캄한 흑암에 던져집니다. 이것이 중독의 종착역입니다.

어떻게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첫째는 자각입니다. 자유롭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죄의 노예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둘째는 공동체 회복입니다. 혼자서는 중독을 끊을 수 없습니다. 말씀과 기도, 사랑과 책망을 나누는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셋째는 패턴의 변화입니다. 중독의 영어 어원인 라틴어 아딕투스(addictus)는 ‘헌신하다’란 뜻입니다. 헛된 것 대신 예배와 기도, 말씀과 봉사에 헌신하는 습관으로 바꿔야 합니다. 금단의 빈자리를 하나님께 드릴 때 진정한 자유가 찾아옵니다.

오직 예수께 중독된 자가 됩시다. 손양원 목사는 “예수로 살다가 예수로 죽자”고 했습니다. 술과 마약에 중독된 자는 그 때문에 죽지만, 예수에 중독된 자는 예수로 살고 부활합니다. 중독의 덫에서 벗어나 예수께 헌신하는 삶과 그 길을 걷길 축원합니다.

김영한 목사(품는교회)

◇품는교회는 서울 신촌에서 다음세대를 세우는 교회입니다. 한 영혼과 다음세대, 조국과 열방을 품는 교회로 성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