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 개천절 경기도 고양 킨텍스 앞에서 마주한 청년들의 모습은 예배를 드리러 온 사람들 같지 않았다. 볼이 빨갛게 상기된 아이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프린트된 흰 티셔츠엔 큼직하게 ‘은혜롭다’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마치 가수의 콘서트나 대중문화 축제를 즐기러 온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들은 초교파 연합 집회 G2A에 참석하러 온 청년들이었다.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온 20대 청년, 친구와 한껏 멋을 부리고 온 대학생, 아기 띠에 어린 자녀를 안고 집회장소로 들어가던 젊은 부부까지…. 교회가 아닌 곳에서 사생활인 신앙생활에 대해 대뜸 물어보면 주저할 것으로 생각했던 기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바삐 움직이는 이들을 붙잡고 소감을 물어보면, 열이면 열 모두 당당하게 자신의 신앙을 이야기해줬다.
전형적인 예배자의 모습과는 달랐기에 겉모습만 보고 “놀러 왔냐”고 오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 집회를 통해 일상 속에서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결단이 얼마나 깊고 진지한지 금세 느낄 수 있었다. 유명한 찬양팀과 목회자를 만난다는 사실에 단순히 들뜬 것이 아니라 진지한 기대와 다짐이 서려 있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20대 이강한씨는 “같은 가치를 품은 청년이 1만명 넘게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며 “주변에 뿌려지지 않은 복음은 자랄 수 없다는 사실을 집회를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온 26살 황평강씨도 “내가 행하는 섬김이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깊게 묵상을 할 수 있었다”며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흘려보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청년들의 신앙 고백은 현장에서만 드러난 것이 아니었다. 행사 시작 전부터 인스타그램에는 집에서 출발하는 장면, 입장 팔찌를 찬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집회 현장에서도 실시간으로 현장의 열기를 카메라에 담아 업로드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지역 중고등학교 연합 기도 모임을 이끄는 한 여고생은 포털사이트에 나간 기사를 보고 기자에게 직접 이메일을 주기도 했다.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이 보도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젊은 참여자들이 SNS에 올린 기록은 ‘내 신앙생활을 더 많은 사람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자, 믿음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 분명했다. 그들에게 기독교란 더 이상 숨겨야 할 정체성이 아니라 자랑하고 싶은 가치가 된 것이다.
한때 신앙을 드러내는 것이 금기시되던 분위기가 있었다. 대중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연예인들이 특히 그랬고 학생, 직장인도 다를 바 없었다. 교회 안에서는 기독교인이지만 세상의 시선과 편견 속에서는 신앙을 숨기거나 드러내지 못한 채 살아갔다. 신앙 고백을 왜곡하거나 폄훼했던 경험,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이 그들을 움츠리게 했는지 모른다. 그런 시대를 지나온 이들에게 요즘 청년들의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다.
자신의 성취나 소비를 과시하는 것이 당연한 SNS에 신앙이 아무렇지 않게 올라오는 일이 무척이나 반갑다. 믿음 생활이 이제는 자랑의 대상이 된 듯해서다. “너 아직도 교회 안 다녀?”라고 되물을 정도로 당돌해진 청년들의 신앙 고백이 더 많아지길 바라본다. 의무감이 아닌 기쁨으로 하나님을 믿는 것을 자랑하자는 ‘갓플렉스’를 외치는 모습을 말이다.
명품이나 외모가 아닌, 믿음을 자랑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희망이 아닐까. 국민일보와 국민일보 크리스천리더스포럼이 2020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청년 집회 ‘갓플렉스’도 그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내달 15일 광주 서구 월광교회에도 신앙을 세상에 뽐내는 청년들이 모일 것이다. 자랑스레 신앙을 삶 속에서 드러내고, 그것을 통해 일상의 방향을 바꾸려는 청년들의 얼굴이 벌써 기대된다.
신은정 미션탐사부 차장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