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지휘부가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 핵심 증거를 누락해 사건이 무혐의·불기소 처분됐다는 현직 부장검사의 증언이 나왔다. 사건 수사를 맡았던 문지석 부장검사가 직접 국회에 나와 눈물을 흘리며 “무혐의 가이드라인이 있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미지급한 사건을 지난 1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4월 무혐의·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문 검사는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노동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 사건과 관련해 “불기소 처분에 동의했냐”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저와 전 주임검사는 증거관계 및 대법원 판례에 비춰 충분히 기소할 수 있는 사안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확보한 주요 증거로는 쿠팡의 고의성을 보여주는 내부 지침을 언급했다. 퇴직금 지급 대상인 일용직 사원들에게 연차, 퇴직금, 근로기간 단절 등 개념을 별도로 설명하지 말고 이의제기가 있을 때만 개별 대응하라는 쿠팡 방침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문 검사는 “이는 고의를 입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문 검사는 상관인 엄희준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차장검사에게 기소 의견을 보고했지만 돌아온 건 무혐의 처분 압력이었다고 주장했다. 문 검사는 “무혐의 수사 가이드라인이 전달됐고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 핵심 압수수색 결과가 누락된 상태로 대검에 보고되며 최종 불기소 처분됐다”고 밝혔다. 발언 내내 목소리를 떨던 그는 오열하며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원 정도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았으면 좋겠고, 부적절한 행동을 했던 모든 공무원이 잘못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증언대에 선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퇴직금 지급)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의도와 달리 오해와 혼선이 발생한 데 대해 죄송스럽다”며 “일용직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다시 원복(원상복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직금 지급이) 한 달 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국감에서 내년 3월 시행되는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후속 조치로 원·하청 교섭창구 단일화 등 관련 보완 입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처리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 광역청에만 있는 중처법 전담 수사조직을 지청 단위까지 확대하겠다고 언급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