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구하는 일, 더 낙관적인 관점 견지하라

입력 2025-10-17 00:10
인류가 현재의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의 저자이자 환경과학자 해나 리치는 비관보다 낙관적 태도를 통해 지구 생태계를 보존하고 회복할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사진은 울창한 열대우림 위에 투명한 구(球) 형태로 지구를 형상화한 이미지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지금 남은 인생에서 가장 서늘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는 한 과학자의 경고는 기후 위기를 상징하는 말로 자주 인용된다. 매년 폭염과 홍수, 산불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이제 일상이 됐다. ‘지구의 종말’을 경고하는 소리에 ‘기후 우울증’이라는 신조어까지 떠돈다. 우리는 역사상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인류가 세계에 저지른 해악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정말 지구의 미래는 비관적일까.

지구 환경과 관련된 전 세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환경과학자 해나 리치는 낙관론을 말한다.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진전을 이뤄왔다. 지구는 여전히 회복 가능하다”고. 그는 “기후 변화에 관한 한 종말론적 태도는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태도보다 나을 것이 없다”면서 “진정으로 지구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우리는 더 낙관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낙관론의 근거는 역사 속에 있다. 모두가 현재 지구의 환경이 최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대기 오염 문제만 놓고 보면 대개 산업화와 연관 짓지만 근대 들어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다. 1세기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고대 로마의 공기가 너무 더러워서 자신의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히포크라테스도 기원전 400년에 대기오염의 폐해에 대한 글을 남겼다. 대기 오염의 심각성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은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가 땔감으로 등장한 19세기 무렵이었다. 영국 런던에서는 1840년부터 1890년까지 50년 동안 기관지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12배나 증가했고, 1952년 12월 ‘그레이트 스모그’로 불리는 대재앙이 덮쳐 1만명 가량이 사망하고 10만명이나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앓았다. 현재 최악의 대기 오염 도시로 꼽히는 인도의 델리조차도 19세기 런던보다는 오히려 공기가 더 좋다. 저자는 “과거 대도시의 대기오염이 놀랄 만한 수준이었다는 사실은 오늘날 대기오염 문제를 낙관하는 근거가 된다”면서 “이는 곧 우리가 역사를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았고 대기오염을 해결하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영국을 비롯해 대기오염 ‘선진국’들이 찾은 해결책은 환경 규제를 통해 기업에 오염 물질 저감을 강제하는 것이었다. 영국이 1956년 ‘청정대기법’을 제정한 뒤 대부분의 대기오염 물질은 최고치 대비 70~90%가량 감소했다. 1970년 ‘연방청정대기법’을 도입한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와 독일 등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오염 물질 배출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저자는 “지금 우리는 수백 년 역사상 가장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있다”고 말한다. 중요한 점은 선진국들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 개발도상국들이 대기 오염의 정점을 지나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영국이나 미국 같은 나라들이 대기오염의 상승과 하락을 지나는 데 200년이 걸렸지만 기술의 발전 덕분에 오늘날 국가들은 이 전환기를 4배나 빠르게 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칫 오해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그저 모든 것이 나아지리라 믿는 ‘맹목적 낙관주의’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이미 정점을 지났다고는 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여전히 매년 대기오염으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는 최소 9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 800만명과 비슷하고, 매년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130만명보다 6~7배 높은 수치다. 저자는 “지금 인류가 처한 환경 문제는 위중하고 심각하고, 실존적인 위협”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지구를 살리기 위한 행동을 멈춰서는 안 된다.

저자는 여전히 심각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노력을 짚어가며 다양한 제안을 한다. 중요한 것은 ‘효과적인 환경운동과 가짜 환경운동을 구분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는 행동 가운데 실제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악화시키는 것들을 자주 사례로 든다. 일부 독자들이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많다. 보통 사람들이 빨래 자연건조나 재활용 등을 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효과는 거의 없다. 문제는 플라스틱 포장 용기를 재활용하니까, 빨래를 말릴 때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소고기를 먹어도 되고, 자전거 대신 차를 끌고 나가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소고기에서 100g의 단백질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50㎏에 달한다는 사실을 대부분 간과한다.

환경 문제에서는 같은 방향을 향하지만 방법론에서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핵발전과 재생에너지의 갈등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통계에 따르면 핵이나 태양광, 풍력 발전 관련 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모두 미미할 정도로 안전하다. 대신 온실가스 배출량은 화석 연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히 적다. 같은 방향을 향하는 진영끼리 다투는 사이 화석 연료 기업들과 환경 운동을 반대하는 사람들만 아무 힘을 들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저자는 “같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인류역사상 최초로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는 첫 세대가 될 기회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 선조와 달리 우리에게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가 있다. 책임감 있는 선택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인류 최초의 지속 가능한 세대’가 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일 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인간은 절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모든 이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리의 목표를 현실로 만들자”고 역설한다.

⊙ 세·줄·평 ★ ★ ★
·지구를 살리기 위해선 먼저 낙관적이어야 한다
·지구를 살리는 방법에 너무 많은 오해가 있었다
·핵이든 태양열이든 모두 저탄소 에너지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