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생활하던 화가 부부는 속초에 잠시 들렀다 2010년 4월 16일 설악산과 인연을 맺었다. 그날 처음 만난 작은 생강나무 꽃에 이끌려 10년 동안 설악산을 오르내렸다. 산에서 만난 풀과 나무, 작은 벌레는 580여 종에 이른다. 이 중에 331점의 그림을 그렸고 책에는 199점이 실렸다. 그날그날의 일기가 짤막하게 덧붙여진 비주얼 에세이(visual essay)다. 화가의 눈으로 본 작은 생명의 이야기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굳건한 생명에 대한 감탄과 경이가 함께한다.
부부는 산에서 만난 가녀린 풀 한 포기, 작은 벌레 한 마리도 나름의 지혜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그들은 “인간만이 아닌 다른 생명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삶이란 수많은 생명이 점으로 모여 이루는 큰 그림임을 비로소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부부는 산에서 배운 ‘공존과 순환’의 법칙과 흙이 품은 막강한 생명력에 기대기 위해 시골로 삶터를 옮겼다. 이름은 ‘느린산’으로 지었다. 흙에서 만나는 생명과 더불어 산처럼 닮아가고 싶은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