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기쁘다

입력 2025-10-17 00:01

조각 공원에 햇살이 비춰 들 때
한 그루의 나무가 한 방울의 초록을 튕겨 낼 때
내 안에서 고소한 냄새가 풍겨 온다

바람이 불고
꽃 피어
나는 조금 비뚜름히 써 있다

벤치에 사람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고
아이들이 분수 밑에서 홀딱 벗고 뛰어다닌다

흰 꽃이 흰 꽃으로 저물고
두려움이 두려움인 채 흔들릴 때

어떤 손짓만이
부지런히 흐른다

아이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웃는다
노인들이 모여 체조를 한다

걸음이 느린 개
똥 참는 개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가,
보폭이 좁은 개가 함께 뛰고

어느 날은
몰랐던 얼굴이
내 발치로 와 냄새를 맡고
컹 짖는다

-여세실 시집 '화살기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