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속도, 나만의 방법으로

입력 2025-10-17 00:13

모두가 한 방향으로 떼 지어 이동하는 날치 무리 사이에 혼자 튀는 삐딱이 날치가 있다. 등이 초승달처럼 굽어서 빠르게 헤엄치고 멀리 날 수가 없다. 그저 쉬지 않고 달릴 수만 있다. 어느 날 날치의 천적인 군함새와 만새기와 맞닥뜨린다.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으면 잡아 먹힌다. 이제 정말 날아야 살 수 있다. 힘차게 날아오르는 순간, 역시나 몸이 휘어지고 뒤집히고 만다. 그때, 은빛 배가 드러나면서 강렬한 햇빛에 번쩍. 눈이 부신 군함새는 휘청이며 그만 만새기와 쿵. 그사이 삐딱이 날치는 삐딱삐딱 달리며 달아난다.

삐딱이 날치는 말한다. “빨리 헤엄치지 못하지만 삐딱삐딱 달릴 수 있어요. 멀리 날지 못하지만 빙그르르 돌 수 있어요. 삐딱해도 괜찮아요.” 작가는 자신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나아가는 세상의 모든 삐딱이들에게 “삐딱해도 괜찮아, 다르게 빛나라”라고 외쳐주고 있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