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무력통일론’은 중국의 가스라이팅?

입력 2025-10-17 00:15
중국은 끊임없이 가짜 뉴스를 퍼뜨려 대만군의 역량을 깎아내리고 자국 인민해방군의 전력을 과장한다. 책은 중국이 펼치는 정보전의 실체와 그 허상을 낱낱이 파헤친다. 사진은 대만 군용 헬기가 지난 2일 수도 타이베이 상공에서 건국기념일인 쌍십절(10월 10일) 행사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는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대만을 보면 의아하게 생각되는 것들이 있다. 과거 일본의 식민지였지만 대만인은 한국과 달리 일본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 지형적으로 친중 성향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매번 총통 선거에서는 친중 성향의 국민당과 반중·친미 성향의 민진당이 팽팽한 접전을 벌인다. 중국은 이 점을 파고든다. 이른바 인지전(認知戰)을 통해 가짜뉴스를 퍼뜨려 민심을 교란하는 활동에 적극적이다.


대만의 군사전문가와 인지전 전문가인 저자들은 중국이 퍼뜨린 군사 분야 가짜 뉴스를 통해 대만이 과거 수십 년 동안 “적을 과대평가하고 자신은 낮춰보는” 병적인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다. 이대로면 중국이 무력 없이도 대만을 흡수 통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책이 쓰인 중요한 이유다.

저자들은 우선 1990년대 대만 민주화가 시작된 이후 30여년 동안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무력 통일을 거론하면서 생산한 대표적인 군사 루머들을 일일이 반박한다. 루머라는 게 모두 거짓은 아니다. 저자들의 말을 빌리면, 거짓 속에 약간의 진실을 섞어 ‘3할의 사실과 7할의 허구’로 구성된 주장을 만들면 사람들은 ‘3할의 사실’과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가 일치한다고 느끼는 순간 나머지 ‘7할의 허구’ 역시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군사 지식이 부족하다면 진위를 가려내지 못하고 현혹되기 쉽다. 당연히 논박을 위해 책에는 기초적인 군사 지식이 포함돼 있다.

대만인들이 가장 자주 접하는 루머로는 중국이 보유한 수천 발의 미사일이 개전 후 수 시간 안에 대만의 주요 기지와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는 ‘탄도 미사일 무적론’이 있다. 저자들은 미사일의 명중률을 의미한 원형공산오차(CEP) 개념을 활용해 중국이 3000발의 탄도미사일을 갖고 있어도 대만의 방어 체계를 무력화시키기에는 역부족임을 논증한다. 저자들은 “아무리 많은 미사일을 발사해도 모든 군사시설을 파괴할 수 없고 명중률 또한 선전처럼 정밀하지 않다는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증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대만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군사전략을 소개하면서 넓은 시야에서 수많은 루머들이 얼마나 현실성이 떨어지는지도 입증한다. 미국의 경우 ‘항로의 원활한 유지’를 위해 세계 각지에 군사 기지를 배치하고 전체 해양 무역 질서를 유지하는 전략을 포기하지 않는다. 대만은 미국의 이런 전략적 이익의 핵심 국가다. 하지만 대만인들은 미국이 대만에 재고 무기만을 판매할 뿐 대만을 지켜주려는 의도가 없다고 여긴다. 재고 무기를 넘겨주는 이유는 대만에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이 눈치채지 못하게 기존 무기를 즉각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여기에 미국과 대만이 준군사동맹 관계라는 감춰진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중국이 건국 이후 줄곧 해양 강국 미국의 공격을 두려워하며 기본적으로 방어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들은 “대만 무력 통일이나 동아시아의 패자( 者)가 되는 것이 중국의 전략 목표라고 여기는 것은 방향을 잘못 짚은 것”이라면서 “대만을 향한 각종 군사 루머들의 목적은 대만이 스스로 항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대만의 사례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 대만보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춘 중국과 달리 북한의 군사력이 한국에 미치지는 못한다 해도 군사적 위협은 엄연히 존재한다. 저자들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정보전에 대비한다는 점에서 대만이 수십 년 간 어떤 식으로 정보전의 공격을 받았는지 아는 것은 한국에 교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