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지하철 5호선 행당역 인근 아파트단지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선 전화벨이 계속 울려댔다. 정부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불과 1시간이 지난 때다. 잠시 숨을 돌린 공인중개사는 “매수자가 자금 사정이 빠듯해 가격 조정을 원하는데, 매도자도 이사할 집에서 안 깎아주면 못 깎아준다는 상황”이라며 “내일부터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에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4억원으로 줄어 오늘 계약 못 하면 거래가 무산되기 때문에 양쪽 모두 조급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포구 신공덕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도 “괜찮은 매물이 하나 나왔는데 당장 내일 규제가 시작돼 오늘 계약금 10%가 들어가야 한다”며 “상담 왔던 손님들에게 전화 돌리느라 ‘멘붕’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가 수도권 부동산 과열을 가라앉히기 위해 고강도 수요억제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혼돈 상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번 대책으로 서울 전체 156만8000가구, 경기도 12개 지역 74만2000가구 등 총 230만 가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경기도 고양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이날 서울 성북구의 7억원대 아파트로 임장을 갈 계획을 취소했다. 이씨는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이 돼 대출 가능액이 확 줄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생애 첫 매수를 준비하던 직장인 이모(34)씨는 “6·27 대출 규제로 올해 초 세운 계획을 틀어 다음 달 매수를 준비했는데 규제가 더 세져 이 계획도 불가능해질 것 같아 절망스럽다”고 토로했다. 다만 규제지역도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는 기존 LTV 70%가 유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생애 최초 정책대출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도 안 받아 스트레스 금리 하한 상향과도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은 집값이 급등해 정책대출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광범위한 규제지역 설정에 따른 불만도 있다. 경기도 광명의 오모씨는 “광명에서 과열된 곳은 지하철 7호선 철산역 근처 신축 단지들뿐인데 시 전체가 다 규제지역으로 묶이니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향후 집값 안정을 예상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일부 매도자는 호가를 더 올렸다. 주담대 한도가 6억원 일률 제한에서 15억~25억원 구간 4억원, 25억원 초과 구간 2억원으로 줄면서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오늘 매도자가 18억원 매물을 20억원으로 올려 달라고 연락해 왔다”며 “갈아타기를 해야 하는데 고가 아파트는 주담대 한도가 2억원 이상 줄어드니 당장 못 팔아도 나중을 기다리면서 미리 올려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세금 규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성동구 성수동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은 “한동안 거래절벽으로 부동산 세수가 줄어들 테니 보유세를 늘리는 건 수순 같다”고 말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보유세·거래세 조정, 특정 지역 수요 쏠림 완화를 위한 세제 합리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중혁 정진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