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물선이 북극항로를 통한 첫 정기 노선 운항에 성공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중국-유럽 고속항로’이자 ‘북극판 실크로드’의 개통이라고 평가했다.
신화통신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저장성 닝보 저우산항을 출발한 화물선 ‘이스탄불 브리지호’가 영국 펠릭스토우항에 이달 13일(현지시간) 도착했다. 세계 최초로 북극을 정기 횡단하는 ‘중국-유럽 북극 고속 컨테이너 해상운송 노선(ARCTIC Express)’에 처음 투입된 선박이다.
이번 항해에는 20일이 걸려 수에즈운하(40일)·희망봉(50일) 항로보다 운항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중국-유럽 간 철도 운송(25일)과 비교해도 5일 짧았다. 현재 중국과 유럽 간 화물 운송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수에즈운하 항로(약 1만1000해리)는 북극항로(7500해리)보다 길고 지난해 1만3000척의 선박이 통과해 정체도 심하다. 신화통신은 북극항로가 “중국과 유럽 주요 항만을 잇는 가장 빠른 해상 운송로”라고 설명했다.
이스탄불 브리지호는 약 4000개의 컨테이너를 실었고 총 가치는 14억 위안(약 2790억원)에 달했다. 펠릭스토우에 이어 독일, 폴란드, 네덜란드의 항구로 이동해 컨테이너를 하역할 예정이다.
이 선박의 최대 적재량은 컨테이너 4890개다. 최대 1.2m 두께의 얼음을 깰 수 있어 쇄빙선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 북극 항해가 가능하다.
이번 항해는 여름철 막바지에 이뤄져 쇄빙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앞으로 중국의 닝보·상하이·칭다오·다롄과 유럽의 펠릭스토우, 네덜란드 로테르담, 독일 함부르크, 폴란드 그단스크 항구 등을 오갈 예정이다.
노선 운영사인 홍콩 하이제항운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리샤오빈은 “북극 고속항로의 해수 온도는 열이나 시간에 민감한 상품 운송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스탄불 브리지호는 중국이 ‘신 3대 제품’으로 부르는 신에너지 자동차, 리튬 배터리, 광전자 제품을 주로 운송할 예정이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7년 7월 처음 ‘극지 실크로드’를 제안한 후 북극항로 개척에 뛰어들었다. 상하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소 중국-유럽 관계센터 지앤쥔보 소장은 “북극해를 통한 해상 운송은 유럽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돌발 상황을 피할 수 있다”며 “일본과 한국도 중국과 협력해 항로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오염 우려는 있다. 국제 환경단체 ‘클린 아틱 얼라이언스’의 자문위원 앤드루 덤브릴은 “선박 연료인 중유에서 나오는 블랙카본이 얼음 근처에 방출되면 일반 지역의 5배 이상 파괴적 영향을 미친다”며 “북극의 유류 유출 대응 능력이 부족해 유류가 바다에 유입되면 막대한 피해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중국 측은 북극항로가 운항 시간을 절반 이상 줄여주기 때문에 오염물질 배출도 크게 감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