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및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초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으며 수요 억제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부동산시장 과열을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자산 불평등 심화, 임차 시장 불안, 매물 잠김 등의 부작용도 불가피하다고 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10·15 부동산 대책은 집값이 크게 오른 ‘한강 벨트’ 외에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지역까지 바짝 조이며 집값 상승 풍선효과를 전면 차단하려는 고육지책으로 읽힌다”며 “서울 강남권과 한강 벨트의 포모(FOMO·상승장 소외 공포)와 패닉바잉 수요는 잠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토허구역과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전세를 낀 갭투자가 전면 차단된다. 아예 거래 자체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시장 안정화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조정대상지역은 다주택자에게 세금이 중과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배제되니 집을 팔려던 사람도 증여로 돌아설 것”이라며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 궁극적인 가격 안정은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함 랩장은 “4000조원를 넘긴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 전월세 가격 상승 불안 요인이 겹쳐 있다. ‘집값은 그래도 오를 것’이라는 수요자들의 전망과 무주택자 또는 1주택 상급지 교체수요까지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고강도 규제책이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70%에서 40%로 강화하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금리 하한이 상향되면서 대출 한도가 줄게 됐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대출 의존도가 낮은 현금 자산층만 움직이는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중산층의 주거 사다리 붕괴가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규제지역으로 풍선효과를 예상하는 의견도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인기 지역이 모두 토허제로 지정돼 풍선효과는 강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토허제로 실거주 의무가 생기면서 민간 임대 물량이 급감하고, 이에 따라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양 전문위원은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이는 결국 세입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비사업 진행 속도를 늦춰 신규 공급이 줄고, 다시 주택 가격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규제지역에 적용되는 전매제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의 규제가 유동성을 축소시켜 초기 단계의 정비사업 추진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저금리 시기에 사회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한 전세자금대출이 일반적인 복지혜택처럼 확대된 측면이 있다”며 “전세자금대출의 축소 폭을 순차적으로 넓히겠다는 방침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진영 권중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