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별보좌관 기념품이 골드바 8개? 석연찮은 농아인협회

입력 2025-10-15 18:44 수정 2025-10-16 00:01

한국농아인협회(협회)가 수천만원 상당의 골드바를 협회 고문격 인사에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감사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적발했지만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다시 불거진 뒤인 지난달 말에야 복지부는 특별감사를 진행했지만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21~2024년 농아인협회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와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협회는 2021년 10월 조남제 전 사무총장(당시 특별보좌관)에게 기념품 명목으로 골드바 8개(공급가액 2980만원)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골드바 8개 가격은 현재 금 시세로 약 1억원에 달한다.

협회가 시위 동원을 위해 골드바를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협회가 2022년 6월 각 시·도지회에 보낸 문화체육관광부 대상 집회 참가협조 요청 공문에는 ‘집회 참석 독려 인원이 가장 많은 지역에 별도 포상 예정’이라는 내용이 있다. 1위 금 5돈, 2위 금 3돈, 3위 금 1돈 등 구체적인 포상 규모도 명시됐다. 실제 집회 현장에서는 중앙회장 투표권이 있는 약 220명의 시·도협회장에 대한 금품(금 1돈) 지급이 이뤄진 정황도 파악됐다.

법조계에서는 협회가 정관 목적과 무관하게 공적 재원을 사용한 것은 단체 재산의 직접적 감소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배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골드바 지급 등은 협회 목적사업과 무관한 사실상의 사익 제공이기 때문이다. 1946년 창립한 협회는 40만 청각장애인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사단법인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복지부 국정감사에선 협회 관리·감독 부실 문제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복지부의 감사는 형식적이었고 처분도 솜방망이였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농아인협회 관련 조남제 증인을 신청하며 여러 자료를 복지부에 요구하는 과정에서 자료 목록이 협회에 넘어가 제보자가 드러났다”면서 복지부를 질타했다. 조 전 총장은 이날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우울증을 사유로 불출석했다.

조 전 총장은 협회 안팎에서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협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조 전 총장은 협회 상임이사 등 최고위 임원이 포함된 협회 업무 단체 카톡방에서 수년간 직원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려온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에는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잇단 논란 속에 조 전 총장은 지난달 초 사무총장직을 사임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협회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지만 ‘개선’ ‘기관 주의’ 등 비교적 가벼운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복지부는 정치권 안팎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지난달 말 협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협회는 골드바 지급이 적법했다는 입장이다. 협회 측은 “조 특보의 노고를 인정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골드바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전 총장은 약 4년 만인 지난 8월 뒤늦게 당시 골드바 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을 협회에 반납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