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더 삼엄해져 탈출 실패”… 캄보디아 감금 한국인 구조 험난

입력 2025-10-15 18:55
캄보디아 정부합동 대응팀 단장인 김진아(왼쪽) 외교부 2차관과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대응팀은 캄보디아 당국과 한국인 대학생 고문 사망사건 수사 협조 촉구와 부검·유해운구 절차, 공동 조사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인천공항=최현규 기자

“경비가 삼엄해서 겁이 나네요. 오늘은 탈출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난 14일 밤 캄보디아 시하누크빌. 현지 선교사 A씨는 범죄 조직에 수개월째 감금된 20대 한국인 남성 B씨에 대한 구조를 준비하고 있었다. 취업 사기로 입국했다가 갇혀 있다고 SOS를 친 B씨가 보낸 주소까지 확인했지만, 그가 밖으로 나오기를 주저하면서 구조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B씨가 A씨에게 보낸 문자에 따르면 범죄 단지 내 외부로 통하는 길은 현지 보안 요원들에 의해 24시간 봉쇄된 상태였다. B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는 구글 맵(지도)에도 등록되지 않은 수상한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A씨는 15일 “몇 주 전 ‘지인을 통해 메신저 아이디를 알았다’며 B씨가 구조를 요청해 왔다”면서 “고심 끝에 D-데이를 잡고 접선 장소까지 정했지만 경비가 예전보다 삼엄해지면서 다시 날을 잡기로 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취업 사기·감금 피해가 급증하면서 한국 정부가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지만 현지 구조활동은 지금도 험난한 상황이다. A씨는 “범죄 조직에는 한국인이나 조선족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한국 정부와 언론이 캄보디아 사건에 주목하는 상황을 이미 조직 총책들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탈출을 막기 위한 캄보디아 웬치(범죄 단지)의 경비는 최근 더욱 삼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선교사 C씨는 “범죄 조직이 웬치 인근에 사는 사람들을 매수해 (이탈 관련) 상황을 파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국제앰네스티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 사기 범죄 단지는 높은 울타리, 무장 경비원, 감시카메라 등으로 둘러싸인 구조다. 캄보디아 범죄 관련 판결문에서도 경비원이 총이나 전기 방망이를 들고 경계를 서는 조직의 수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캄보디아 당국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여전하다는 반응도 있다. A씨는 “최근 구조 관련 업무를 문의하기 위해 캄보디아 경찰청을 찾았지만 경찰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며 “예전에는 없었던 일”이라고 전했다.

구출이 늦어지는 동안 캄보디아 시내에서 외곽에 있는 범죄 조직으로 옮겨가는 감금 피해자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한 정부 합동 대응팀은 이날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했다. 대응팀은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을 포함해 경찰청, 법무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 부처 당국자로 구성됐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