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초유의 대법관 PC 로그기록 확인을 시도하며 국정감사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한 재판관·재판연구관의 기록 열람 내역 등을 제출하라고 대법원에 요구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의회 독재이자 쿠데타”라며 국감 파행을 선언했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현장 국감에서 ‘2025도4697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관련 서류 제출 요구의 건’을 안건으로 기습 상정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5월 대법원 전합이 내린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다. 안건에는 지난 3월 26일~5월 1일 전합 재판관의 기록 접근 이력과 재판연구관 검토 및 보고 관련 기록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압수수색과 다름없다”며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 대통령을 끝끝내 무죄로 만들려고 조 대법원장을 압박하고 탄핵해서 (민주당) 마음에 맞는 사법부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선출 권력이라고 해서 헌법 권력인 사법부를 능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 위원장은 의결을 강행했고 안건은 재석 17명 중 찬성 10명으로 가결됐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대법관뿐 아니라 ‘조희대 별동대’라고 불리는 재판연구관 10명이 제대로 검토했는지 알 길이 없다. 당연히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이 현장 검증을 위해 국감장을 나서려고 하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막아서는 등 대치가 벌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이 떠난 후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국감장에 앉아 있다가 처장실로 이동해 추 위원장,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 등과 1시간가량 면담했다.
오후 3시40분 재개된 국감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정과 소법정, 대법관실 등에서 현장 검증을 했다. 다만 대법관 PC 로그기록 확인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기자들에게 “조 대법원장이 7만 페이지에 달하는 기록을 제대로 읽지 않고 전합으로 끌어올려서 숙고하게 하지 못했다면 직권남용이고 대선 개입이자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라며 재차 기록 제출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하며 현장 검증에 참여하지 않은 채 국감 파행을 선언했다. 곽규택 의원은 “오늘 종일 민주당은 대법원 불법 점검을 시도했고 국민의힘은 더 이상 불법 현장에 같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이후에도 국감을 진행했다.
질의가 끝나고 조희대 대법원장이 들어와 마무리 발언을 하자 민주당은 그의 퇴정을 막고 공세를 벌였다. 조 대법원장은 “국감 과정에서 해소되지 않은 부분 중 가능한 부분은 추후 법원행정처장을 통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이 대통령 재판 관련 질의를 쏟아냈고, 조 대법원장은 답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원 국감을 한 번 더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추 위원장은 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