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역차별까지 해서야”… 철강업계, 철강부원료 관세 면제 요청

입력 2025-10-16 00:31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글로벌 공급 과잉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내수 침체 등의 복합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가 핵심 철강부원료에 대한 수입관세를 면제해 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지난달 철강부원료 17개 품목에 대해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 철강부원료는 철강생산 공정에서 철광석 등 주원료 외에 철강 품질이나 작업성 향상, 특정 성질 부여 등을 위해 투입되는 재료다.

철강업계가 관세 면제를 요청한 품목은 페로니오븀 고탄소페로크롬 저탄소페로크롬 페로니켈 니켈괴 페로티타늄 등이다. 이들 철강부원료는 열연, 스테인리스(STS) 냉연, 후판 등 주력 상품뿐 아니라 각종 철강제품을 만드는데 활용되는 범용성 높은 품목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그간 수입산 철강부원료에 대한 관세 철폐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일본 중국 대만 등 경쟁국들은 철강부원료에 대해 무관세 또는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데 반해 한국은 2~8%의 고율의 관세가 부과돼 원가 경쟁에 악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입산 철강 완제품은 세계무역기구(WTO) 양허관세율이 적용돼 관세가 0%”라며 “철강부원료를 수입해 국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오히려 관세가 낮은 중국·일본산 제품에 비해 역차별을 받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관세 면제가 이뤄진다면 원가 절감을 통해 단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국내 철강산업이 최악의 업황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도 정부에 ‘SOS’를 치게 한 이유다. 올해 철강 내수가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는 5000만t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건설업 부진 등에 따른 수요 감소로 당분간 실적 반등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 역시 중국발 공급 과잉에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등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박 의원은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발 저가 공세, 관세장벽, 국내 역차별까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간산업 보호 차원에서 산업통상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관세 부담 경감 등 철강업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관철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중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응한 품목별 대처 방향 수립, 저탄소·고부가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등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이 담긴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