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투자금 900억원 전액 손실을 낸 ‘벨기에 펀드’ 판매사들의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불완전판매 문제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소비자 보호를 핵심 가치로 강조하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취임 이후 첫 불완전판매 관련 검사여서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15일 ‘한국투자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 2호 펀드(벨기에 펀드)’의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실시했다. 이 펀드는 벨기에 정부 기관이 사용하는 현지 오피스 건물의 장기 임차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2019년 6월 설정됐다. 판매사들은 당시 2030년까지 벨기에 정부 기관이 100% 임차하기로 했다고 홍보하며 약 900억원을 끌어모았다.
5년간 운용 후 임차권을 매각해 수익을 분배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와 유럽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매입 당시 받은 현지 금융기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투자금 전액 손실이 났다. 펀드 운용사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연내 펀드를 상환할 예정이나 투자자에게 분배될 금액은 없을 것”이라고 공시했다.
한투증권이 약 589억원어치를 판 최대 판매사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00억원, 120억원 규모를 팔았다. 한투증권은 피해자에게 20~50% 배상률을 적용한 자율배상을 진행 중이다. 불완전판매가 확인되면 배상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한편 금융 당국은 소액금융분쟁 사건의 신속한 구제를 위해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일정 금액 이하의 분쟁에서 소비자가 수락하면 금융 회사가 금융 당국의 분쟁조정안을 의무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제도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