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도이치 수익 40% 주기로”… 법정서 녹취 공개

입력 2025-10-15 18:45 수정 2025-10-16 00:01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의 첫 재판이 지난달 24일 오후에 열렸다. 김 여사가 법정에 입정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앞으로 통화할 때는 핸드폰이 낫잖아요. 이거(사무실 전화)는 다 녹음되는 거잖아요.” 2010년 10월 22일, 김건희 여사는 미래에셋증권(당시 대우증권) 계좌를 관리하던 지점장 박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이 말했다.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관련 기록이 남는 것을 꺼리는 듯한 모습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15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여사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을 진행했다. 김건희 특검은 재판에서 김 여사와 계좌를 관리한 증권사 직원 간 통화 녹음들을 재생하며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 측은 이를 부인했다.

2010년 11월 4일 김 여사는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저쪽, 사이버 쪽 하는 사람들이 다 알더라”면서 “어느 순간에 사고팔지를 알더라”고 말했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일당에게 이득의 40%를 주기로 약속했다고 밝히는 통화도 제시됐다. 2011년 1월 13일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팔아 얻은 이익으로 추가 투자를 하라는 박씨의 권유에 대해 “내가 40%를 주기로 했다” “거기서 달라는 돈이 2억7000만원이에요”라고 말한다. 김 여사는 같은 날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씨는 “(이익금의 40%를 나눈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김 여사 측은 통화 내용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대화가 나온 것에 대해 ‘관리’가 반드시 주가조작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며 공모 혐의를 부인했다. 김 여사 측이 “주가 관리는 기관투자가·외국인과 같은 일반적인 세력에 의해서도 가능하지 않냐”고 묻자 박씨는 “맞는다”고 답했다.

이날 오후 재판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혐의의 최초 폭로자인 강혜경씨가 출석했다. 강씨는 2022년 4월 명태균씨로부터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공한 여론조사의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오는 22일 명씨의 증인신문에서 교차 검증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