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통화량이 약 1년 반 만에 최대 규모로 늘면서 처음으로 4400조원 고지를 밟았다. 급증한 시중 유동성이 가뜩이나 뜨거운 부동산·주식 등 자산 시장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8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 8월 평균 광의 통화량(M2 평잔 기준)은 4400조2000억원으로 직전 7월보다 55조8000억원(1.3%) 증가했다. 전월 대비 증가율과 증가 폭 모두 지난해 3월(58조4000억원·1.5%)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대였다.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한 M2 증가율도 8.1%에 이르렀다. 연간 기준으로는 코로나19 시기의 양적 완화 영향이 아직 한창이었던 2022년 7월(8.3%)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M2란 현금화할 수 있는 넓은 의미의 통화를 뜻하는 개념이다. 현금과 요구불예금에 해당하는 협의 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 수익증권,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을 합산해 집계한다.
금리가 다시 인하 사이클로 접어든 상황에서 채권 등 수익증권에 자금이 몰리고, 여기에 이재명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더해지면서 다시 증가세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상품별로 보면 8월에는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의 증가 폭이 7조1000억원에서 14조3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의 과정에서 지방정부 재정집행 자금이 일시 예치된 영향이다. 수익증권도 채권형 펀드를 중심으로 12조8000억원 늘면서 증가세를 떠받쳤다.
이처럼 급증한 시중 유동성은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과열을 한층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국토연구원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통화량 10% 상승 충격은 13개월 후 아파트 가격을 최대 1.4% 상승시킨다.
오는 23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은이 느끼는 ‘금리 동결’에 대한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이미 기준금리 동결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날 발표된 부동산 대책이 빠르게 효과를 내지 못하면 다음 달에도 금리 인하는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