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위법한 명령을 따르지 않아 국방부 포상 대상에 포함됐던 군인 여러 명이 수상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양심에 따른 행동이었을 뿐”이라며 포상이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밝혔다. 군 내부에서 이번 포상에 대한 여러 평가가 나오면서 자칫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도 나온다.
1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가 당초 포상 후보자로 선정한 이들은 지난달 23일 발표된 11명보다 많았다. 당시 국방부는 12·3 비상계엄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과정에서 부당한 명령을 수행하지 않은 군인 11명을 헌법적 가치를 수호한 유공자로 선정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때 해병대 수사단장 임무를 수행한 박정훈 대령과 계엄 초기부터 위법한 명령임을 인지하고 지시를 거부한 조성현·김문상 육군 대령, 김형기 육군 중령 등이 대상자였다. 이들은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아 헌법 가치 수호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일부는 포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양심에 따라 행동했을 뿐인데 포상으로 주목받는 것이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계엄 당시 출동 부대 소속이었던 영관급 장교 A씨는 포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더 큰 희생을 감내하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동료들이 많다. 내가 포상을 받기엔 부끄럽다”고 말했다. 박 대령, 조 대령과 함께 유력 포상자로 거론됐던 윤비나 국군방첩사령부 법무실장 역시 포상 대상자였지만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군 역사상 포상을 거부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일각에서는 이들 중 일부가 정치적 낙인을 우려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놨다. 상명하복 체계가 엄격한 군에서 이번 포상은 항명이 공로로 인정된 최초 사례다. 12·3 비상계엄은 군인의 위법한 명령에 대한 거부 의무가 시험대에 오른 상징적 사건이었다.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항명이었지만 상명하복과 조직 충성의 논리가 강한 군 특성상 이를 다르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군 관계자는 “당장은 진급 심사나 후속 인사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자신의 향후 공적이 정치적 해석이나 오해가 섞여 왜곡될 수 있다는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각자가 가진 신념과 입장을 존중한다”며 “최종 추천된 11명은 전원 포상에 동의해 수여했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