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교육과 보육을 맡은 시니어 세대의 신앙전수 역할은 그 필요성과 중요성이 커진 만큼 넘어야 할 벽도 높다. 이들을 ‘도움의 손길’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 여전한 가운데 당사자들은 손자녀 세대와의 몇십년 간극을 알아서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신앙교육의 책임을 맡고 있지만 전달 방식이나 그 내용 등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와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식이다. 교회 안에서부터 시니어 세대가 신앙 전수자로 바로 설 수 있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김포에 사는 김영옥(70) 집사는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를 대신해 초등학교 3학년 손녀를 돌본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손녀에게 신앙을 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정작 방법을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 집사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매일 함께하지만 신앙 이야기를 할 타이밍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의 삶의 속도를 따라가기가 벅차다”고 말했다. 자신의 자녀 셋을 신앙으로 키운 권사인 A씨(67)도 손주 신앙 교육이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A씨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며 ‘교회 잘 다녀라’는 말 정도만 한다. 신앙교육에 좀 더 신경 쓰고 싶지만 (애들 부모가) 간섭으로 느낄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실제 손자녀를 돌보는 시니어 세대의 신앙교육 방식은 갈등 요소가 되곤 한다. 40대 직장맘 김소연(가명)씨는 아이를 맡아주는 친정어머니의 신앙관과 표현 때문에 종종 벽에 부딪힌다. 어머니가 자주 쓰는 ‘복 나간다’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김씨는 “아이들이 그 뜻을 물을 때마다 설명하기 곤란하다”면서 “어른들의 신앙에서 배울 점도 많지만 무조건적인 순종을 강요하거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표현 등을 접할 때는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B씨는 “초등생 아이들을 봐주시는 어머니가 유튜브나 팟캐스트에서 신앙 간증을 늘 들으시는데, 어느 날 아이들이 아파도 병원에 안 가고 기도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극적인 표현 등을 걸러 들을 수 있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면서 “어머니는 신앙교육에 좋다고 하시는데, 분별력이 부족한 아이에겐 맞지 않는 것이어서 답답하다”고 했다.
이런 인식 차는 교회 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부서에서 사역하는 30대 정원영(가명) 전도사는 “시니어들의 헌신은 감사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세대 차이와 문화적 충돌을 느끼게 된다”면서 “게임이나 케데헌 같은 콘텐츠를 전혀 모르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긴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형섭 장로회신학대 기독교교육과 교수는 시니어들에게 신앙 전수라는 중요한 사명을 요청한 상황에서 그 극복을 위한 노력을 교회가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조부모들은 신앙의 내용을 알지만 손주 세대의 언어와 방식으로 신앙을 전하는 법은 배우지 못해 막연한 부담만 안고 있다”며 “교회에서 조부모 대상 신앙교육 훈련이 비어 있는 구조적 문제를 살피고,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