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소지자가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국가 수를 기준으로 ‘여권 파워’를 산정하는 헨리여권지수에서 올해 한국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반면 2014년 1위였던 미국은 조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14일(현지시간) CNN은 글로벌 컨설팅사 헨리앤파트너스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표한 올해 4분기 자료를 인용해 여권 파워 1위는 싱가포르(무비자 입국 가능 193개국), 2위 한국(190개국), 3위는 일본(189개국)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무비자 입국 가능 180개국으로 말레이시아와 함께 공동 12위에 그쳤다. CNN은 미국의 순위가 지난 10년간 꾸준히 하락한 것에 대해 각국의 입국 정책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브라질의 미국 무비자 입국 철회, 파푸아뉴기니와 미얀마의 입국 규정 변경, 소말리아의 전자비자 도입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보다 여권 파워가 높은 국가는 36개국에 달한다.
크리스티안 칼린 헨리앤파트너스 회장은 “미국 여권의 약세는 단순한 순위 하락이 아니라 글로벌 이동성과 소프트파워의 구조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개방과 협력을 수용하는 국가는 앞서 나가지만 과거의 특권에 안주하는 국가는 뒤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주요국은 상위권을 지켰다. 독일·이탈리아·룩셈부르크·스페인·스위스가 공동 4위, 오스트리아·벨기에·덴마크·핀란드·프랑스·아일랜드·네덜란드가 5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상승세도 두드러진다. 2015년 94위였던 중국은 올해 64위로 10년 새 30계단이나 뛰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