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 소재 2500여명이 출석하는 A교회는 지난해 진땀을 빼는 연말을 보냈다. 두 달에 걸쳐 예배 광고 시간에 교사 모집 소식을 안내했지만 신청자는 한두 명에 불과했다. 각 교회학교 부장교사를 중심으로 알음알음 연락을 돌렸지만 교사로 충원되는 인원은 열 손가락에 꼽았다. 연말까지 교사 충원을 마무리하지 못한 교회는 결국 올해 초까지 성도들에게 연락을 돌리며 간신히 부족한 인원을 채웠다.
교회학교 교사직을 둘러싼 교인들의 소극적인 반응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발행한 ‘한국교회 트렌드 2025’를 보면 코로나19 이전 16.1%였던 교인들의 교회학교 교사 봉사 참여율은 코로나19 이후 11%로 줄었다. 또 코로나19 이전 교회학교 교사로 봉사했던 이들 가운데 44.5%는 “코로나 이후 봉사 시간이 줄었다”고 답했다. 식당 성가대 지역사회 교회학교 등 총 8가지 영역의 봉사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답변 비율이었다.
전문가들은 교회학교 교사 충원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젊은 세대의 교회 활동 기피에서 찾았다. 박상진 장로회신학대 명예교수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학교 교사의 주축이었던 청년 세대가 교회를 떠나고 있다”며 “결혼한 3040세대 안에도 교사를 맡기보단 자기 자녀 양육에만 집중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명예교수는 “헌신보다 정착이 우선”이라며 “예비 교사들이 교회에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고, 그 안에서 신앙 계승의 중요성을 격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회들은 교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광주 월광교회(김요한 목사)는 교회학교를 회복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다음세대 교사 박람회’를 열었다. 박람회에선 영아부에서 고등부까지 10개 교회학교 부서와 훈련공동체 사역이 소개됐다. 교육부서가 주체가 돼 부서를 소개하고 사역 필요성을 소개하자 60여명이 교육 봉사자로 신청했다. 교회학교 사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단체로 교사 자원에 나선 학부모들의 역할이 컸다.
경기도 고양 예수인교회(민찬기 목사)도 오는 19일 교육부서 사역 박람회를 연다. 영아부부터 고등부까지 6개 교회학교 부서를 전 교인에게 소개하고 교회학교 사역의 필요성과 의미를 공유할 계획이다. 교회는 부탁을 넘어 ‘부르심’의 의미를 나누며 교사 사역의 가치를 환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대구 범어교회(이지훈 목사)도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2일까지 3주간 ‘한 영혼을 향한 부르심, 교사의 자리로 초대합니다’를 주제로 교사 박람회를 진행했다. 지난달 말부터 내년도 교사들을 서둘러 모집을 시작한 것은 성도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관심과 지원 여부를 고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박람회에선 8개의 교회학교 부서와 부서별 내년도 사역 계획이 소개됐다. 범어교회 주일학교 교육디렉터인 김현덕 목사는 “기존 교사 은퇴와 교회학교 학생 수 증가가 맞물리면서 부서별로 최소 10명 이상씩 교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박람회에서 교회학교 사역에 관심을 보내주신 성도들을 비롯해 학부모에게도 교사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교사 모집뿐 아니라 구조 자체를 재정비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 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는 최근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연 설명회에서 유년부·초등부·소년부를 ‘어린이부’, 중·고등부를 ‘청소년부’로 통합하는 개편안을 채택했다. 새로운 교역자와 교사 확보 어려움 등의 현실적 제약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주일학교 교사 부족은 인력난을 넘어 다음세대 신앙 계승과 직결된 문제”라며 가정과 교회가 함께 아이들의 신앙을 뒷받침하는 한 가지 방식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부모가 교회학교에서 자녀와 함께 예배를 드리고 공과까지 도맡는 교회들이 있다”며 “가정예배를 꾸준히 드리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주일을 활용해 부모가 자녀의 신앙교육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형태의 예배나 교육 방식을 통해 교사 인력난을 완화하면서도 부모가 신앙 전수의 주체로 다시 서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윤서 이현성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