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싸움에 등 터지는 전세계

입력 2025-10-16 02:04
중국산 식용유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고가 전해진 15일 중국 베이징의 슈퍼마켓에서 한 시민이 식용유 진열대를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거칠어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미·중 간 관세 및 기타 제재 조치들이 예상 밖의 방식으로 세계 경제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며 “양국 간 긴장은 거의 모든 국가를 불똥 속에 끌어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양국은 각종 관세와 제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이날부터 수입 가공 목재에 10%, 소파 등 수입 가구에 25%의 관세 부과 조치를 발효했다. 저가 중국산 가구를 겨냥한 것이지만 멕시코와 베트남 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은 희토류에 이어 고급 리튬이온 배터리와 인조 다이아몬드에 대한 수출 통제도 검토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에 널리 사용되는 필수 전력 공급원이다. 인조 다이아몬드도 첨단 반도체 칩 제조 등에 사용된다. 앞서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내놓은 희토류와 금속 통제는 중국산 금속을 사용하는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멕시코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에 따라 중국산 차량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멕시코는 중국산 자동차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다. 멕시코 정부는 17개 전략 분야 1463개 품목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치의 관세를 차등적으로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미국과 중국을 겨냥해 27개 회원국에 수입되는 철강에 대한 보복관세를 발표했다. 하지만 EU에 철강을 수출하는 영국까지 관세 부담이 커졌다. 영국의 철강 수출 중 80%를 EU가 차지한다. 미·중을 겨냥한 정책에 영국이 덩달아 피해를 본 것이다. 한국 역시 철강 수출 2위 시장인 EU 수출에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은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리처드 포티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NYT에 “중국은 안정적이고 확고한 목표가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견해와 정책이 날마다 변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을 비판하며 “식용유 및 다른 무역 품목에 대해 중국과 거래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루스소셜에서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의 대두를 사지 않고 우리 대두 농가들에 어려움을 주는 것은 경제적으로 적대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식용유를 자체적으로 쉽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이 아르헨티나산 대두를 구매하며 미국과 아르헨티나 사이를 이간질하려 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 구매를 중단한 뒤 아르헨티나로부터 대두를 사들이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