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 등불같은 좋은 어른이죠”

입력 2025-10-15 18:48
오두환 사회적협동조합 굿닥터네트웍스 대표가 경기도 군포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좋은 의사, 선생님들과 함께 사회적 사각지대에 있는 예비자립준비청년들과의 일대일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 대표 제공

‘우리 사회에서 좋은 선생님이란 어떤 사람일까.’

이 해답을 함께 찾아가고픈 ‘선생님’들이 모였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부터 사람을 치유하는 의사 등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선생님이라 불리는 이들이 더 좋은 어른이자 멘토가 되기 위해 뜻을 모아 만든 곳, 사회적협동조합 굿닥터네트웍스(굿닥터·대표 오두환)다.

굿닥터의 선생님들은 보육원 등 아동복지시설에 있는 만 18세 미만 예비자립준비청년들을 후원한다. 이들과 일대일로 연결돼 삶을 함께 나누고, 곁에서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동행자로서 멘토가 되어주는 것이다. 좋은 선생님들의 따뜻한 동행으로 아이들은 세상 앞에 홀로 설 자신감과 새로운 꿈을 키워 나간다.

현재 전국 20여개 보육원의 예비자립준비청년 1000여명을 후원하는 굿닥터는 교육자이자 사업가인 오두환 대표의 용기에서 시작됐다. 구독자 20만명의 유튜버이자 작가로 활동하며 20여개 기업을 이끄는 그를 최근 경기도 과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믿음의 경영과 선한 결단

오 대표는 2019년 직장에서 해고당한 뒤 집을 팔아 마련한 종잣돈 3억원으로 브랜드 마케팅 ‘한국온라인광고연구소’를 창업했다. 직원들에게 “3억원이 사라지면 미련 없이 회사를 접자”고 말할 만큼 절박한 각오였다. 그런데도 나눔만큼은 미루지 않았다. 회사 수익보다 먼저 여러 보육원에 10년 정기 후원을 약정하고 정기 결제를 신청했다.

그는 “목회자인 어머니 밑에서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자랐다”면서 “창업과 동시에 후원을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엔 더 잘돼도 실행하지 못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나님이 채워주실 것’이라 믿고 시작한 사업은 10명에서 100명 규모로 성장했고 보육원 후원도 6년째 이어지고 있다.

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예비자립준비청년들의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인생의 방향을 잡아줄 부모도, 꿈도, 따뜻한 사랑의 기억도 없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 끝에 그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어른임을 깨달았다.

한 사람의 힘으로는 어렵지만 많은 이가 함께 마음을 모아 사랑의 씨앗을 심으면 언젠가 희망의 열매가 맺힐 것이라는 믿음으로 행동에 나섰다. 그는 회사를 통해 알게 된 병원과 학교의 좋은 선생님들을 예비자립준비청년들을 각각 연결해 함께하는 놀이공원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오 대표는 “놀이공원에서만큼은 아이 한 명 한 명이 멘토의 손을 잡고 사랑받는 주인공이 되길 바랐다”며 “그 시간이 아이들에게 ‘나도 소중한 존재’라는 마음과 평생 기억할 좋은 어른 한 명을 남겨주길 바랐다”고 말했다. 2022년부터 시작된 보육원 어린이 놀이공원 초청 행사는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나만의 멘토’와 추억 만들기
개그맨 김병만씨가 지난달 19일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에서 열린 굿닥터 주최 예비자립준비청년 초청 행사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비 오는 궂은 날씨에도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 입구에는 전국 16개 보육원 아동 400여명과 굿닥터 자원봉사자 250여명이 모였다. 이날 봉사자로 참여한 개그맨 김병만씨는 “TV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을 촬영하며 45개국을 다녔는데 출연진들과 자연 속에서 하루를 함께 보내면 마치 한 달을 함께한 것처럼 정이 들더라”며 “여러분도 오늘 멘토 선생님들과의 하루를 통해 좋은 추억을 쌓기 바란다”고 말했다.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은 자원봉사자와 일대일로, 중·고등학생은 선생님들과 한 팀으로 놀이공원에 입장했다. 함께 놀이기구를 타며 즐기고, 식사 자리에서는 서로의 관심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의 거리를 좁혔다.

멘토와 아이들이 비옷을 입고 놀이공원을 함께 거니는 모습.

최은혜(가명·11)양은 “보육원에서 단체로 올 때랑은 다르게 선생님과 손잡고 솜사탕 사 먹고, 인형 뽑기를 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2년째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김현승(45)씨는 “함께한 아이가 딸 또래인데 단체생활 탓인지 투정 한번 없는 모습이 오히려 안쓰러웠다. 오늘만큼은 따뜻한 사랑을 느끼고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가 저물자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비록 짧은 하루였지만 이 만남은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다. 놀이공원에서 아이와 일대일로 인연을 맺은 선생님 중 일부는 이후에도 보육원을 방문하거나 후원을 지속하며 멘토로서 관계를 이어간다.

놀이공원 행사를 한 지 며칠 뒤 굿닥터 선생님들 앞으로 아이들의 감사 편지가 도착했다. “저를 특별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좋은 선생님을 찾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쩌면 간단할 수 있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누군가의 어두운 길 위에 조용히 등불 하나 밝혀줄 시간, 그런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꾸준히 오랫동안 변함없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굿닥터의 동행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고 이 땅의 등불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과천=글·사진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