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 겁이 많아 자주 놀라는 편이다. 어른이 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심장이 제멋대로 나대는 건 똑같았다. 십여년 전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조수석에 남편을 태웠을 때 그는 나직하게 말했다. “사람을 치면 안 된다.” 어머, 실수하면 사람을 죽일 수 있구나. 바로 의욕이 꺾였다. 결국 둘째를 어린이집 데려다줄 때만 운전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글에서 침팬지를 관찰하며 인간만 도구를 쓰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힌 제인 구달 박사는 환경운동가로도 유명하다. 지난 1일 별세한 그녀의 인터뷰가 화제다. 사후에 공개하기로 한 영상에는 특유의 유머와 진솔한 고백이 가득하다. 특히 아이들을 위해 ‘어머니 자연’을 지켜 달라고 부탁할 때 그녀의 눈망울은 형형하게 빛났다.
장마철도 아닌데 주룩주룩 끊임없이 비가 내린다. 기후는 확실히 이상해졌다. 이미 비정상이 일상으로 받아들여지는데 반전이 가능할까. 지구의 운명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들고 나 같은 겁쟁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 보이는데…. 올해 12월 31일로 만료되는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주님, 희망은 행동이라는 박사의 말을 잊지 않게 하소서.
정혜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