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가 없는 하나님의 사랑, 음악으로 전하는 사람 되고파”

입력 2025-10-18 03:18
데뷔 29년 차 가수 박기영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야 가수와 예배자의 삶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엘리야컴퍼니 제공

3년 2개월 동안 모유 수유를 하면서 아이를 품에 안고 키웠다. 올해 중학교 입학 전까지 아이 스케줄을 삶의 중심에 두었다. 그렇게 오직 엄마로 살았다는 그는 대한민국 대표 여성 보컬리스트로 꼽히던 가수 박기영이다. 어쩌면 경력의 중요한 순간을 그렇게 흘려보낸 건 아닐까.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 시간을 통해 일에 대한 간절함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육아 외에도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이 있었지만 불필요한 것은 하나 없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1997년 데뷔한 박기영은 ‘시작’ ‘블루 스카이’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가수가 자기 히트곡을 부르는 유튜브 채널 ‘딩고뮤직’의 킬링보이스에 출연한 2년 전 영상은 280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노래를 듣는 순간 지난날 추억이 떠올랐다” 등의 반응 댓글이 4600개 넘게 달렸다.

화려한 전성기 이후 그의 활동은 한동안 뜸했다. 커리어의 도약기였을 30대 중후반 시절을 온전히 육아에 헌신했다. 소속사와의 갈등, 이혼 등의 아픔도 겹쳤다. 박기영은 “라디오 스케줄이 있는데 아이를 맡길 데가 마땅치 않으면 스튜디오에 데려가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나 긴 공백은 그에게 약이 됐다. ‘음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라는 깊은 깨달음은 아이를 품에 안고 연습하던 시간 속에서 찾아왔다. 박기영은 “이젠 저보다 커버린 딸이 최근 ‘나 키우느라 고생 많았어. 이제 엄마 하고 싶은 거 해’라고 말해주더라”며 웃었다. 1인 기획사 이름인 엘리야컴퍼니 역시 딸이 지었다. “함께 성경 공부를 하다가 불의 전차를 타고 승천한 인물이라며 추천해줬다”고 설명했다.

박기영은 지난달 시편을 노래로 이어가는 ‘시편 150 프로젝트’에 참여해 하나님에 대한 확신을 찬양하는 다윗의 고백인 16편을 담은 곡 ‘It Was Always You(언제나 당신이었습니다)’를 불렀다. 말씀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이 작업에 참여한 건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선배이자 이승철 밴드의 피아니스트인 박지운 목사의 제안 덕분이었다. “SNS로 노래를 보내주면서 ‘기도해보고 마음이 생기면 연락 달라’고 했는데, 듣자마자 꼭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30년 가까이 활동해온 박기영은 익숙함에 기대어 노래하는 것을 늘 경계해왔다. 이번 곡 역시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첫사랑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숙련된 사람의 익숙함으로 이 노래를 전달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녹음 당일 아침, 노래를 듣고 스튜디오로 향하려던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혼자라고 느낄 때, ‘함께한다’는 말이 와닿지 않을 때가 있었어요. ‘모진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늘 함께하고 계시고 절대 혼자 두지 않는다’는 곡의 메시지가 그 시절 고군분투하던 저를 위로해주는 느낌이었죠. 신앙이 없는 분들도 이 노래를 들으면 자신 곁에 함께해주는 소중한 존재를 떠올리며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돼요.”

박기영은 찬양과 대중문화 무대 사이에 경계를 두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예배자와 가수라는 두 역할을 나누던 시절도 있었다. “가수와 예배자의 삶이 일치된 건 불과 몇 년 전”이라며 “예전만큼의 체력은 아니지만 원하는 바를 노래에 표현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했다.

박기영은 아직도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못할 거 같다고 생각했던 상황에서 결국 해내는 자신을 보면서 ‘노래하는 건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분명한 확신이 생겼다.

“제가 음악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건 단 하나, 사랑이에요. 인간의 사랑은 한계가 있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그렇지 않죠. 그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예수님을 닮은 이가 되겠다고 감히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분이 얼마나 멋진 분이신지 고백하는 사람은 될 수있을 거 같아요.”

내년 봄 제주도에서 예정된 야외 공연장을 미리 둘러보고 있는 박기영의 모습. 엘리야컴퍼니 제공

박기영은 내년 봄 제주도의 한 오름 중턱에서 관객과 만나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그곳은 퇴역한 경주마들이 지내는 공간이다. 원래 11월 초 예정됐던 공연은 예년과 달리 길게 이어진 가을 장마로 인해 공연 장소가 망가져 부득이하게 취소됐고, 현재 재정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노을 질 때, 하나님이 빚으신 자연 속에서 함께 숨쉬며 제가 경험한 치유와 위로를 함께 나누고 싶어요.”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