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직면한 근본적인 질문 가운데 하나는 “목회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란 물음일 것입니다. 교회 성장 논리와 세속적 성공주의가 목회자를 흔들면서 이들은 종종 행정가나 경영가, 혹은 상담가로 여겨집니다.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유진 피터슨과 영성 신학자 마르바 던이 공저한 이 책은 이에 신학적이고도 성경적인 답변을 제시하며 목회의 본질을 다시 성찰하도록 이끕니다.
책 제목은 매우 도발적이지만 목회의 무가치함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목회자는 프로그램 운영자나 조직 관리자라기보단 말씀을 전하고 영혼을 돌보는 복음의 종이라는 게 저자들의 주된 메시지입니다. 사도 바울이 디모데에게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딤후 4:2)고 권면했듯 목회자의 사명은 무엇보다 말씀과 성도의 영혼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목회 현실은 말씀보다 행사에 매여 있는 경우가 적잖습니다. 저자들은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며 목회자는 복음 앞에 부름 받은 종일 뿐”임을 다시금 상기합니다.
책은 목회 서신(디모데전후서, 디도서)과 에베소서를 중심으로 성경적 목회 신학을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동시에 성도에게는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벧전 2:9)이란 말씀을 새롭게 일깨워줍니다. 목회자에게 의존하기보다 각자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세워 가도록 권면합니다.
오늘날 교회의 위기는 목회자의 자리를 잘못 규정한 데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고도 말합니다. 목회자가 자신을 꼭 필요한 사람으로 착각하거나 성도들이 목회자를 종교 서비스 제공자로 여기는 관점은 목회자의 복음적 정체성을 흐리게 합니다. 저자들은 이런 오해를 뒤집으며 목회자가 불필요함을 자각할 때에야 비로소 복음 앞에 설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독일 신학자 칼 바르트가 말했듯이 목회자는 언제나 초심자(novice)입니다. 설교를 잘하고 조직을 능숙히 운영할지라도 그가 그리스도인이란 사실을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책은 목회자를 그 초심자의 자리, 곧 십자가 아래 서는 자리로 다시 부르며 직함이나 역할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에 의존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결국 책은 목회자는 불필요할지 모르나 복음은 언제나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드러냅니다. 목회자의 겸손과 성도의 사명이 함께 회복될 때, 교회는 다시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