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간증이요] “오늘도 저와 함께하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입력 2025-10-18 03:04
어느 주일 오전 예배 중 찬양대 자리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고개가 한쪽으로 꺾이더니 다시 들 수가 없었습니다. 몇 번이나 힘을 써 보아도 움직이지 않았고 옆에 있던 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겨우 바로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찬양대에서 하나님께 찬양을 올려드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며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저는 뇌병변 1급 장애인입니다. 전동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고, 활동지원사 도움 없인 휠체어를 타기도 어렵습니다. 50대 중반을 넘기며 목을 지탱하는 근육이 약해져 머리가 한쪽으로 꺾이면 혼자 세우기 힘들어졌습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어려움을 다 말로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지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둥지교회에서 찬양대원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다른 교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20대 초반이던 1990년 ‘등불선교회’(장애인 신앙공동체)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당시 교회는 장애인 편의시설도 인식도 부족해 다니기 쉽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남묘호랭교 신자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우연히 선교회를 알게 되었고, 어머니의 극렬한 반대 속에서도 모임에 나갔습니다. 1992년 신경희 목사님이 사역자로 오셔서 직접 차량을 운행해주셨습니다. 1994년 목사님을 중심으로 둥지교회를 설립한 후 지금까지 30년 넘게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중증장애인으로 살아온 세월의 고난을 다 쓰자면 책을 몇 권이라도 써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픔보다 하나님의 간섭하심이 훨씬 크고 놀랍다는 것입니다. 저의 신앙과 인생은 모두 둥지교회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돌아보면 하나님은 빈틈없이 역사하셨습니다. 때로는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설 힘을 주신 분도 하나님이셨고, 주저앉고 싶은 순간마다 찬양을 붙들게 하신 것도 주님의 손길이었습니다.

때로는 “오늘 하나님이 나를 데려가시면 좋겠다”는 기도를 올릴 때도 있지만 여전히 숨 쉬는 것 자체가 감사이고 은혜입니다. 매일이 힘든 날들의 연속이어도, 이 결실의 계절 가을에 하나님께서 제 삶을 통해 어떤 열매를 맺게 하실지 기대하며 기도합니다. 오늘도 저를 지키시고 함께하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서희경 대구둥지교회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