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나침반이 된 성경말씀] 시련 가운데 스친 찬송가 “만 가지 은혜…”

입력 2025-10-18 03:05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너희가 알거니와 부요하신 이로서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은 그의 가난함으로 말미암아 너희를 부요하게 하려 하심이라.”(고후 8:9)


어릴 적 교회에서 시작한 음악은 20대 후반 일반 음악 장르로 확장되고, 인디밴드에서 재즈라는 장르를 만나며 마침내 나만의 음악적 둥지를 틀게 됐다. 다른 이들에 비하면 음악을 어릴 적부터 접한 것이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대학을 졸업한 27살의 늦은 나이였다. 비로소 음악에 자신의 삶을 오롯이 걸고 달려가는 이들과 함께했다. 그것은 어찌 보면 음악에 삶을 건 이들 사이에서 치열한 자리다툼 혹은 생존의 시작이었다.

그러기에 나는 다른 하나의 성장통을 20대 후반에 들어서야 시작하게 됐다. 그 무렵 마주한 일상의 고민과 삶의 무게가 내 신앙에도 함께 다가오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이겨내기 바빴다. 그렇게 십수 년의 시간이 지나 차츰 뮤지션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을 무렵 어릴 적부터 익숙함으로 함께해온 신앙이 현실 속 삶의 무게와 갈등하는 큰 벽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건 내 속에서 갈등이기보다 외부로부터 밀려오는 사건과 사람 사이에서 나를 마구 뒤흔들고 바닥을 향해 내달리게 했다.

‘만 가지 은혜를 받았으니….’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보내던 어느 날 찬송가 멜로디 하나가 내 머릿속에 들어와 헤집고 다녔다. 그런데 가사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에게 전화하던 중 수화기 너머로부터 들려온 그 찬송, 그 가사를 들었다. 그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나를 사로잡았다.

삶의 무게와 시련에 한숨 소리조차 내뱉기가 버거울 때 그저 내게 기댈 언덕이 되어주셔서 내 존재를 받쳐주고 계셨음에 난 겨우 새어 나올 듯한 소리로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미 받은 만 가지 은혜의 시간 속을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의 가난함으로 말미암아 부요케 하려 하심이라.’ 스스로 그리고 기꺼이 가난에 이르기까지 나에게 내어주신 그 은혜 덕에 내 삶은 그분의 부요함 속에 있을 수 있었다. 그렇다. 난 주님께 그 어떤 말로도 드릴 수 있는 게 없어 ‘감사합니다’로 하루를 닫는다.

<약력> △백석예술대 교회실용음악과 교수 △재즈기타리스트 △이스트만 기타 후원 아티스트(Eastman Guitars Artist) △‘Peterfish’ ‘The Road To Home’ 등 재즈 앨범, ‘Gospel Songbook ep.1 아주 어렸을 적부터’ 가스펠 앨범 발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