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이화영 변호인 교체 개입 의혹… “소통은 사실”

입력 2025-10-14 18:52 수정 2025-10-15 00:02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가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눈을 감은 채 국회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박 교수는 이화영(맨 뒷줄 오른쪽 두 번째)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으로부터 질책을 받아 사임했다고 증언했다. 이병주 기자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으로 수사받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이 교체되는 과정에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전 부지사의 석연치 않던 진술 번복 과정에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1부속실장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를 둘러싼 의문이 확대되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한 대북송금 사건 수사 검사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에게 “이 전 부지사가 설주완 변호사를 사임시키고 김광민 변호사를 선임하는 과정을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 1부속실장이 직접 챙겼다고 한다”며 진위 여부를 물었다. 박 검사는 “설 변호사가 갑자기 사임했고 이유를 물으니 민주당의 ‘김현지님’에게 전화로 질책을 많이 받았다. 더이상 나올 수 없다고 했다”고 답했다. 그는 또 “김 1부속실장이 (설 변호사에게) 굉장히 모욕적 언사를 했고, 도저히 변론에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며 “검찰 간부들에게도 전부 보고했다”고 했다.

주 의원은 “이 대통령과의 공범 관계가 문제 된 사건”이라며 “공범 관계의 최측근이 공범인 사람에게 변호사를 질책하고, 왜 자백했냐고 따지는 것 자체가 증거 인멸이고 위증교사”라고 지적했다.

설 변호사는 해당 의혹에 대해 국민일보에 “질책이라는 단어가 주관적이라 뭐라 말을 해야 할진 모르겠다”면서도 “당시 김 1부속실장과 소통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증인 출석한 이 전 부지사는 “설 변호사가 저 아닌 검찰을 돕는 행태를 보여 설전을 했다”며 “계속 ‘검찰에 협조해 위기를 빠져나가는 게 좋겠다’고 해서 항의하니 사임 얘기도 없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반발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설 변호사와 그 후임인 서모 변호사가 대북송금 사건 수사 변호를 맡았던 시기 쌍방울의 방북비용 대납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다만 두 변호사 사임 후 돌연 진술을 뒤집어 검찰 회유·압박 탓에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국민의힘은 김 1부속실장 국감 출석을 위한 총공세에 나섰다. 박정훈 의원은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선거법 사건 판결문을 근거로 “김 1부속실장은 김일성 추종 세력, 경기동부연합과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판결문에 ‘성남에서 사회단체 활동을 하며 피고인 김미희와 잘 알고 지내는 김현지’라고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5공 때도 안 먹힐 프레임”이라며 “거짓말을 해도 정성이 필요한데 정성조차 부족한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 가능성을 첫 거론했다. 정 장관은 “특검 수사에서 국민의힘의 내란죄 동조가 드러나면 심판을 청구할 것이냐”는 질의에 “결과가 나오면 검토하겠다. 고의가 있었단 점이 드러난다면 처분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민 최승욱 이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