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오는 中 CATL 회장… 한국 배터리 기업들 촉각

입력 2025-10-15 00:17
쩡위췬 CATL 회장이 5월 20일 중국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CATL의 증시 상장 소감을 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중국 CATL 쩡위췬 회장이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다. 세계적 기업 총수의 방한은 APEC의 성공적 개최 측면에서 의장국인 한국에 호재지만, 국내 배터리 업계로서는 쩡 회장의 방한을 마냥 달갑게 여길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주름잡던 유럽 시장에서 K배터리 3사 합계 점유율이 CATL에 밀리는 데다, CATL이 올해 들어 한국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듯한 행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1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쩡 회장은 방한 기간 현대차그룹 등 국내외 주요 완성차 업체 핵심 관계자 등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CATL은 이미 현대·기아차와는 코나 일렉트릭 등에 배터리 공급을 하는 등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이번 방한에서 현대차그룹과 CATL의 협력 범위가 확대될지 배터리 업계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쩡 회장 방한과 관련해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한국 시장 진출보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 강화에 더 방점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CATL이 올해 초 한국 법인을 세운 데 이어 최근 CATL 실무진이 한화모멘텀 등 국내 배터리 소재·장비사들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자칫하다 안방마저 내주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기업 진출이 제한된 미국 시장에서 그동안 선전해왔지만, 이마저도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직격탄을 맞았다. 또다른 ‘기회의 땅’ 유럽에서는 CATL의 무서운 확장세에 눌리고 있다. 2023년 60.4%였던 한국 배터리 3사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올 1분기 37.2%로 떨어져 CATL(43%) 1곳에도 밀렸다. 전기차 보급 확대 과정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고가 전기차 대신 보급형 전기차 생산으로 선회하면서 한국 기업이 주도해온 삼원계(NCM) 대신 중국 업체가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에서 약 70%를 차지하는 소재 비용부터 중국 업체들은 자국 내 공급망이 갖춰져 있어서 게임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경우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흑연 등 주요 광물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데다 전기요금(산업용)과 인건비 모두 중국이 저렴하다 보니 원가 경쟁력을 따라갈 수가 없다는 얘기다. CATL은 독일과 헝가리에 이어 스페인에도 합작 공장을 짓는 등 유럽 현지 생산시설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