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달아 뛰는 銀… ‘에브리싱 랠리’

입력 2025-10-14 18:42
14일 서울시내 금은방에 실버바가 진열돼 있다. 금값이 치솟으면서 은값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날 은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52.73달러까지 오르며 1980년 1월 미국 ‘은 파동 사태’ 당시 기록한 고점을 갈아치웠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대중 관세 100% 추가를 예고하며 주춤했던 ‘에브리싱 랠리’(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동시에 상승)가 하루 만에 재개됐다. 안전자산인 금은 물론 은값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코스피는 14일 전날 대비 하락 마감했으나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코스피 강세장이 펼쳐지면 내년에 4200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4190.90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전날 4100달러를 돌파한 금 가격이 안정적으로 4100달러에 안착하는 모양새다. 대중 추가 관세를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한발 물러선 후 뉴욕증시와 함께 금도 반등한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금과 비트코인 등도 주식처럼 투자자산이라는 의미를 갖게 됐다”며 “인플레이션으로 자산 수요가 늘면서 모든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 하방 위험과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을 모두 헤지(hedge·위험 회피)할 수 있는 자산이 금”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50% 넘게 급등한 금값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은을 대체 투자처로 삼으면서 은값도 덩달아 치솟는 ‘금 피로(gold fatigue)’ 현상도 나타났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날 은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52.73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은 파동 사태’ 당시인 1980년 1월 기록한 수준(온스당 48.70달러)을 넘어선 가격이다. 은 파동 사태는 미국 석유 재벌 헌트 일가가 1979년 은을 대량 매입하기 시작하면서 80년 1월 은값이 온스당 48.70달러까지 폭등했다가 두 달 뒤 10.80달러까지 폭락한 일이다.

이날 코스피는 뉴욕증시 급반등 영향 등으로 전 거래일보다 1.74% 오른 3644.77로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발표하면서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오후 들어 미·중 갈등 재점화 우려 등으로 상승분을 반납하고 하락 전환했다. 결국 전 거래일보다 0.63% 하락한 3561.81에 거래를 마감했다.

투자 전망은 여전히 우호적이다. 모건스탠리는 전날 ‘슈퍼사이클과 개혁의 결합’ 보고서를 내고 내년 6월까지 코스피 목표치 상단을 3250에서 3800으로 올려 잡았다. 기술업종 강세와 반도체 업황 회복 등이 맞물린다면 4200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보다 코스피가 600포인트 이상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정치 상황에 따라 증시 활성화 정책이 부진하는 등 리스크가 생긴다면 310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봤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