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활’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12조 돌파

입력 2025-10-15 02:05
삼성전자는 14일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의 올 3분기 잠정 성적표를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를 크게 넘어선 실적이다.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 반도체가 자존심을 회복했다. 올해 3분기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기준 매출 80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도 10조원대를 회복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밀렸던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정책과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가 변수로 남아 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 3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8.72% 증가한 86조원, 영업이익은 31.81%나 오른 12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이 같은 실적은 다방면에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삼성전자 분기 매출이 80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10조4400억원)를 끝으로 줄곧 10조원 미만에 머물렀지만 5분기 만에 ‘10조원 클럽’에 복귀했다. 올 2분기 실적 4조6800억원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158.55%에 이른다.

잠정 실적이라 구체적인 부문별 영업이익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그간 부진의 터널을 지나던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실적이 크게 반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분기 4000억원에 그쳤던 DS부문 영업이익이 10배 넘게 뛰어 6조원대를 기록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분기 들어 D램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과 HBM 출하량 증가, 비메모리 사업 적자 규모 축소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날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194억 달러(약 27조7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SK하이닉스(175억 달러)를 누르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3년간 1위 자리를 지키다 지난 2분기 SK하이닉스에 ‘왕좌’를 내준 지 한 분기 만에 다시 제자리로 올라선 것이다.

다른 부문에서는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부가 갤럭시 Z폴드·플립 7 판매 호조에 힘입어 3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는 1조1000억~1조2000억원, TV·가전은 3000억~4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 수요가 늘어날수록 서버용 메모리 수요 및 가격이 상승하고 호실적이 이어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탔다는 게 업계 평가다. 삼성전자는 최근 700조원 규모로 추진되는 오픈AI의 초거대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고성능·저전력 메모리를 공급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HBM의 주요 고객사인 AMD가 오픈AI와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계약을 진행했다”며 “부진했던 HBM 출하량은 다양한 고객사 확보를 통해 내년에는 글로벌 메모리 3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관세 이슈가 ‘복병’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고율관세 부과 정책에 따라 이미 미국으로 수출되는 전 가전제품에 10%의 보편관세가 부과되는 상황에서 품목별 관세까지 더해지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대미 관세협상이 언제 타결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만큼 관세 정책의 직격타를 맞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관세가 언제, 어떤 제품에, 얼마나 부과될지가 확실하게 결정되기 전에는 향후 전망에 대한 확실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