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해결 후 우크라로 눈 돌리는 트럼프

입력 2025-10-14 18:4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 정상회의에 참석해 4개 중재국(미국·이집트·카타르·튀르키예) 정상이 서명한 평화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자지구 휴전 합의를 이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7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 중동 지역 긴장 완화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목표인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백악관을 17일 방문해 트럼프와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13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기 위한 방공과 장거리 타격 능력 강화가 주요 의제”라고 했다. 백악관 관계자도 회담 개최 사실을 확인했다. 젤렌스키는 지난달 23일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등을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지원을 요청했다. 러시아는 토마호크 지원이 러·미 관계를 파탄 낼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난항을 겪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1단계 휴전 합의를 이끌어냈다. 트럼프는 13일 이집트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마침내 중동에 평화를 가져왔다”며 “역사적 협정으로 수백만명의 기도가 마침내 응답받았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정상들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세계 지도자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트럼프의 리더십에 찬사를 보냈다.

트럼프는 중동 외교 일정을 소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토마호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각국이 트럼프가 가자지구에 이어 우크라이나에서도 외교적 성공을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본질적으로 차이점이 많다. 하마스와 달리 러시아는 핵무기를 보유한 강대국이다. 다만 트럼프 집권 1기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직을 지낸 프레드 플라이츠는 “(가자지구 성과로) 트럼프는 효과적 중재자이자 ‘피스메이커’로서의 능력을 입증했다”며 “다른 주요 분쟁을 해결할 지렛대를 얻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군사적 압박을 어느 수준까지 실행할 수 있을지다. WSJ는 가자지구 합의에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은 ‘압박’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고 짚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러시아의 주요 교역국인 인도에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러시아에 대해선 주요 신규 제재나 2차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압박 수위가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성원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