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올려도 바로 팔려”… 못 말리는 한강벨트

입력 2025-10-15 00:04
게티이미지뱅크

30대 직장인 오모씨는 추석 연휴 직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임장을 갔다가 최근 집값 과열 분위기에 적잖이 놀랐다. 그는 직전 거래보다 1억원 비싼 호가에 매수를 망설였는데, 불과 1시간 만에 부동산에서 매물이 팔렸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씨는 “이 가격에 누가 사냐고 생각했는데 금방 팔렸단 얘기를 듣고 당황스러웠다”며 “갈아타기를 해야 하는데 정부가 대출 규제를 지금보다 더 강화한다는 얘기가 있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이 또 과열되면서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여 관망에 들어갔다. 매수 희망자들은 매물 가뭄에 높은 호가에도 빠르게 거래를 완료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주 부동산 안정화 대책 마련을 예고하자 시장 참여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는 것도 최근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행당한진타운 전용 59㎡ 아파트는 지난 11일 1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일 15억원으로 신고가를 쓴 지 열흘 만에 또 최고가다. 6·27 대책 직전인 지난 6월 26일(13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약 3개월 만에 2억원 올랐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매물이 나온 지 하루 만에 팔렸다”며 “집값이 오르자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나오기만 하면 금세 팔린다”고 전했다.


6·27 대출규제로 약 한 달간 소강상태였던 서울 아파트시장은 지난달 들어 매도자 우위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9월 다섯째주(29일)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103.4로 6월 23일(104.2)과 30일(103.7) 등 6·27 대책 전후 수준까지 올랐다.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다시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9월 아파트 매매량은 6419건을 기록했다. 6·27 대출규제 직후 7월 4031건, 8월 4195건보다 2000건 이상 늘어난 수치다. 거래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여서 7000건을 넘을 수도 있다.

정부가 이번 주에 부동산 안정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다. 성동구 행당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 지역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해도 거래가 계속된다. 현금 부자들이 사는 시장인데 대출을 조인다고 거래가 감소할까 싶다”며 “규제지역이 되면 자칫 ‘정부 인증 비싼 동네’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