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뉴스 봤겠지만 안전 보장” 그놈들 감언이설로 유혹

입력 2025-10-14 18:40 수정 2025-10-14 21:28
국민일보DB

“요즘 캄보디아 뉴스 보셨겠지만 저희는 좋은 일자리라고 과대 포장해서 강압적으로 일을 시키지 않습니다.”

동남아시아 고수익 일자리 취업을 미끼로 내세운 범죄 조직들이 구인 광고에서 ‘안전’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감금과 사망사건이 확산되면서 구직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SNS 등을 통해 이뤄지는 불법 구직 유인 행위를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라온 동남아 지역 텔레마케팅(TM) 구인 광고의 게시자들은 공통적으로 ‘안전 보장’을 강조했다. 취재진이 직접 구인 공고 안내에 따라 텔레그램 아이디로 연락을 하자 모집책으로 추정되는 인물 A는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채용이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특히 보안에 철저한 모습이었다. A가 개설한 채널은 대화가 1일 뒤 자동으로 지워지는 ‘자동 삭제 타이머’가 적용돼 있었다.

모집책들은 최근 캄보디아 납치·감금 사건을 언급하며 안전 보장을 수차례 강조했다. 계정주 B는 “이 바닥은 뭐니 뭐니 해도 안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강압적으로 일을 시키거나 하지 않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귀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들 보안 부분을 많이 걱정하시는데 자사 매뉴얼을 잘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계정주 C는 “안전은 당연히 보장되고 와서 실명 또는 출신지를 언급 안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일을 시작하기 위해선 먼저 본인 확인 절차가 필요했다. 건강보험실득확인서 등 서류와 함께 주민등록증, 여권 등 신분증과 얼굴이 같이 나온 사진을 요구했다. 본인 확인이 완료되면 팀장급 면접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불법적인 일이 이뤄진다는 점은 사전에 고지됐다. C는 “우리가 하는 일은 보피(보이스피싱)”라며 “가능하겠냐”고 물었다. B는 “합법적인 일이 아니다”며 “사칭 콜 업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칭 콜 업무는 공공기관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을 의미한다.

지인을 끌어들이는 브로커 모집도 이뤄지고 있었다. B는 “직접 출국해 일해도 되지만 국내에서 지인 5명 이상 섭외하는 브로커가 돼도 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고문으로 숨진 대학생 박모씨를 캄보디아로 유인한 모집책은 같은 대학 선배로 확인됐다.

경찰은 온라인상의 유인 글 단속에 나섰다. 먼저 ‘고수익 보장’ 유인 글이 게시되는 구인·구직 플랫폼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보이스피싱 통합대응센터 분석 차단팀 등과 협조해 유인 의심 글을 차단하는 조치도 시행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SNS, 포털 등이 자율적으로 의심스러운 광고를 걸러내 곧 출범하는 경찰 통합대응단에 통보하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통하거나 플랫폼 자율규제 형식으로 이를 차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