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동조” “통상 업무”… 박성재 내란 혐의 치열한 공방

입력 2025-10-14 18:38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내란 특검은 내란 동조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에 대해 지난 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웅 기자

내란 동조 혐의로 14일 열린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내란 특검과 박 전 장관 측은 구속 필요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았을 뿐 아니라 법무부 각 부서에 구체적 지시 등을 내리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를 도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전 장관 측은 계엄 선포에 따른 통상적 업무 수행을 했을 뿐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박정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4시간40여분 동안 진행했다. 특검에선 이윤제 특검보와 차정현·송영선 검사, 신동진·기지우 군검사 등이 투입됐다. 230쪽 분량의 의견서와 120장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 자료, 계엄 당일 국무회의가 열린 용산 대통령실 대접견실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구속 수사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검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법질서를 수호하고 인권 보호를 책임져야 할 박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점, 계엄 후속 업무를 법무부 각 부서에 지시한 점 등을 들어 범죄 중대성을 강조했다. CCTV 영상에서 박 전 장관은 국무회의 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엄을 선포하기 위해 회의장을 나가려는 윤 전 대통령은 제지하면서도 정족수가 충족된 뒤엔 윤 전 대통령을 막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검은 이를 박 전 장관이 계엄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계엄 요건을 충족시키려 한 행동이라며 계엄 동조 근거로 제시했다.

특검은 또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후 법무부 실국장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합동수사본부 검사파견 검토 및 출입국금지팀 대기 지시를 내린 점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순차적으로 공모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계엄 선포 후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내린 혐의로 구속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적용된 논리와 같다.

박 전 장관 측은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선포 후 법무부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각 부서에 후속 지시를 내린 것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통상적인 업무 수행일 뿐 부당한 지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기자들을 만나 “비상계엄 선포가 곧바로 내란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고, 박 전 장관은 당시 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후속 업무를 챙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장관의 구속 여부는 채해병 특검 수사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채해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살피는 특검은 박 전 장관이 이 사건 주요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신지호 윤준식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