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日총리 오리무중이지만… 다카이치, 탕평 내각 준비 중

입력 2025-10-14 18:47
지난 10일 일본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후임 내각 출범이 지연되는 가운데 집권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재가 자신의 집권을 염두에 두고 당권 경쟁자 전원을 중용하는 각료 인선 작업에 돌입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4일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 지명 선거에서 선출될 경우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자를 모두 요직에 임명하는 방안을 놓고 조율에 들어갔다”며 “이는 당내 화합을 이루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오는 21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총리 지명 선거를 시행할 방침이다. 자민당은 최근 공명당이 연립정부에서 이탈해 곤란한 처지가 됐지만 여전히 중의원(하원)에서 가장 많은 196석을 차지한 다수당이다. 야권의 총리 후보 단일화가 불발되면 다카이치가 새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와 결선투표까지 치렀던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차기 방위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방위상은 자위대를 통솔하는 각료로 한국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한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2019년부터 2년간 환경상도 역임했다.

다카이치와 고이즈미의 2파전에서 ‘복병’으로 떠올랐던 3위 주자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행정과 인사, 소방·방재, 정보통신 분야 업무를 총괄하는 총무상 발탁이 논의되고 있다. 하야시는 외무상과 방위상, 농림수산상, 문부과학상 등 각료 경험이 풍부하다.

5명의 총재 선거 후보 중 최하위로 완주한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은 다카이치가 집권하면 외무상에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모테기는 한·일 관계가 악화됐던 2019~2021년에도 외무상을 지냈다. 4위 주자였던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 7일 자민당 요직인 정무조사회장에 임명됐다.

문제는 자민·공명당의 연정 붕괴로 다카이치의 집권이 불확실하다는 점에 있다. 중의원 의석수 총합이 210석인 ‘야 3당’(입헌민주당·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이 총리 지명 선거에서 같은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기로 합의하면 정권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야 양측에서 모두 연대 요청을 받은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요미우리 인터뷰에서 “총리가 될 준비가 돼 있다”며 집권 의지를 드러냈다.

아사히신문은 “사임한 총리와 집권당 신임 총재가 공존하는 총총(총리·총재) 분리 상황이 이례적으로 장기화되면서 난국이 펼쳐지고 있다”며 외교 공백과 경제정책 방향 혼선을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외무성이 새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을 상정해 일정을 준비해 왔지만 차기 정권이 불확실해 일정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 주석을 모두 만날 기회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