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전성배(사진)씨가 자신의 재판에서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을 김건희 여사 측에 전달한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통일교가 청탁 목적으로 제공한 선물을 김 여사 측에 전달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다만 자신은 ‘단순 전달책’에 불과했다며 향후 재판에서 법리적으로 무죄를 다투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14일 열린 첫 공판에서 전씨 측은 “샤넬 가방, 그라프 목걸이 등을 유경옥(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전달한 사실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샤넬 가방 2개와 교환한 가방·신발, 목걸이 등을 돌려받았다고도 밝혔다. 다만 “사전 청탁이 없었고, 사후 청탁만 존재했기 때문에 알선수재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수사기관에서 전씨는 선물을 잃어버렸다거나 유 전 행정관에게 ‘심부름’을 시켰다고 주장했을 뿐 김 여사 측에 금품을 전달한 적은 없었다고 주장해 왔었다.
이날 전씨 측은 “피고인이 대통령에게 알선 행위를 할 만한 특수한 관계에 있지 않았다”며 금품의 단순 전달책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전씨 측은 “피고인이 대통령에게 알선을 할 만한 지위에 있는 김건희를 윤영호(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소개해줬다”며 “김 여사가 알선 행위를 승낙했더라도 전씨를 공범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통일교 ‘고문료’에 대해서는 “수수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죄가 성립되려면 공무 내용이 특정돼야 하기에 알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박창욱 경북도의원으로부터 공천 대가로 1억원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전씨 측은 “1억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피고인은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치자금법 위반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들로부터 편의 청탁 대가로 각각 4500만원, 1억6700만원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에 대해서는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전씨 측 입장과 달리 김건희 특검은 전씨를 김 여사와 통일교 사이 ‘정교유착’의 매개체로 지목했다. 박상진 특검보는 “전씨와 김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선에 통일교의 도움이 매우 컸음으로 통일교와 상생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공통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김 여사가 2022년 3월 윤영호와 통화하며 향후 필요한 것이 있으면 피고인(전씨)과 논의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특검 측은 이날 전씨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추가 기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