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아파트값 통계 폐지’… 부동산 광풍 속 거센 논쟁

입력 2025-10-14 18:47 수정 2025-10-15 00:00
1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모습. 연합뉴스

한국부동산원이 2013년부터 매주 발표해 온 ‘주간 아파트값 통계’ 폐지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잦은 통계 발표가 집값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통계 폐지와 함께 공표 주기와 지역을 축소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로 인해 시장이 허위 정보에 휘둘릴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이 진행 중인 관련 용역 보고서에는 부동산원이 매주 목요일 발표한 전국 단위 아파트 가격 동향을 폐지하는 내용이 비중 있게 실려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폐지’ ‘단계적 폐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발표 주기를 조정하는 축소 개편안도 함께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일주일 단위에서 격주로 늘리는 구상이다. 주간 단위로 상승 신호가 누적되면 시장 심리가 자극돼 매수세가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은 “전 세계에서 주간 단위로 집값 통계를 발표하는 곳은 한국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전국 단위인 공표 지역 범위를 서울 및 수도권으로 축소하는 내용도 거론된다. 재개발, 재건축 등이 활발해 관심도가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다. 특정 지역에서 인허가가 발생하면 부동산원이 즉시 동향을 파악해 정책 대응의 신속성과 실효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주간 통계 폐지·개편 논의는 문재인정부 당시 이 통계가 94차례 조작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본격화했다. 최근에는 집값 상승세 속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주간 통계의 시장 자극 우려가 제기되면서 논의에 힘이 실렸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지난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폐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특히 주간 집값 통계가 실거래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통계 작성이 시장 참여자들의 ‘호가’를 기반으로 해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지난 4월 연구 논문에서 지난해 상반기 집값 통계가 상승세로 전환된 뒤에도 실제 거래가격은 3개월간 하락세를 이어갔다며 통계와 시장의 괴리를 ‘통계 착시’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통계의 조기 폐지를 촉구한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래가 매주 균일하게 발생하지 않아 주간 단위 통계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표본 수가 적어 신뢰도도 낮다.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거래가 아예 없는 주도 있는데 발표는 해야 하니까 호가 기준으로 부정확한 통계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통계 개편이 오히려 집값 불안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주간 통계가 사라지면 시장 불안이 줄어들기는커녕 비공식 정보에 의존하는 시장 왜곡이 심화할 것”이라며 “한국 부동산 시장은 정보 흐름과 반응 속도가 매우 빨라 공백이 생기면 비공식 루트(유튜브, 현장 소문)가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곧 발표할 부동산 대책에 통계 개편 내용을 담지 않을 전망이다. 용역 보고서 검토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문가들 의견 수렴을 최종 거치는 단계”라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