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북한 열병식을 앞두고 공개된 신형 전략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개발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20형이 선제·보복용 무기라면 북극성 계열 SLBM은 해상 억제의 핵심 전력으로 제2타격용이다. 군은 북한의 신형 SLBM이 전력화에 이르지 않은 단계로 보고 있지만 실전 투입을 위한 기술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보고 동향을 분석 중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14일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SLBM 개발 동향을 면밀하고 세밀하게 추적 관찰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한·미 정찰 자산을 활용해 잠수함 전력이 집중된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와 원산만 일대의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지난 4일 개최한 무기 전시회 ‘국방발전-2025’에서는 북극성 계열의 3000t급 신형 SLBM이 공개된 것으로 파악됐다. 북극성 SLBM은 북한이 제2타격 능력을 구현하기 위한 전략무기다. 지상 ICBM은 상대에 선제 타격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잠수함에 탑재된 SLBM은 생존 가능성이 커 ‘침묵의 암살자’로 불린다.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화성-20형과 함께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공개되지는 않았다.
군 당국은 북한의 SLBM 기술이 아직 실전배치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SLBM 사출 능력을 갖췄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판단하기 이르다”고 답했다. SLBM 전력화는 수중 사출 기술과 잠수함 호환성에 달려 있다. 대형 SLBM을 수중에서 발사하려면 발사 체계와 잠수함 설계 전반에 걸친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다만 전시회에서 신형 SLBM을 내세운 건 시험발사가 임박했다는 걸 과시하려는 전략적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용수 국방대학원 명예교수는 “전시회에서 SLBM을 공개했다는 건 발사 플랫폼인 중형 잠수함 건조가 가시화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16년 열병식에서 신포급 SLBM인 북극성-1을 처음 공개한 뒤 SLBM 개발에 열을 올려 왔다. 북한은 2017년 북극성-2, 2019년 북극성-3(추정 사거리 2500㎞)을 수중에서 시험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사거리 2500㎞는 북한 해역 어디서든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기준치로, 전술적 임계값으로 평가된다. 북극성-3의 개량형인 북극성-4·5는 전시회에서 공개됐으나 시험발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은 SLBM으로 해상 억제력을 강화하면서 육상 방어망도 두텁게 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합참으로부터 받은 자료와 유럽의 위성 업체로부터 입수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한이 4개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각 지역에 약 2.5㎞ 길이의 대전차 방벽을 건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