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통탄 친나왓 전 태국 총리는 지난여름 훈센 캄보디아 상원의장과 통화했다가 훈센이 그 녹취를 까발리는 통에 해임됐다. 아버지 탁신과 의형제인 이에게 뒤통수를 맞은 배경에는 카지노가 있었다고 한다. 도박을 금지해온 태국은 중국의 카지노 규제에 해외로 이동하는 마카오 자금을 유치하려 카지노 합법화를 추진 중이었다. 태국 카지노가 뜨면 캄보디아 카지노 산업이 타격을 입을 터라, 이를 밀어붙이던 패통탄을 훈센이 낙마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패통탄이 해임되며 태국 카지노 법안도 무산됐으니 뜻대로 된 셈이었다.
오랜 인연도 끊어버릴 만큼 훈센에게 카지노는 중요했다. 시진핑의 부패 척결에 동남아로 눈을 돌린 중국 범죄조직이 캄보디아 카지노마다 둥지를 틀면서 거대한 지하경제가 형성됐고, 40년째 집권 중인 훈센 일가는 거기서 정치자금을 조달해왔다. 잘나가던 캄보디아 카지노 산업은 5년 전 코로나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았다. 관광객이 끊기며 카지노 기반의 오프라인 돈벌이가 어려워진 범죄조직들이 온라인 범죄(인터넷 도박,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투자사기 등)에 뛰어들면서 호텔 리조트 등 관광시설을 그 근거지로 개조한 ‘범죄 단지’가 곳곳에 등장했다.
스캠 센터라 불리는 범죄 단지는 캄보디아에 확인된 것만 53곳이 있고, 유엔은 10만~15만명이 갇혀 있다고 추정한다. 3년 전 외신에 보도된 범죄 단지 조직원들의 텔레그램 방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중국인 판매. 1만 달러. 22세 남성. 갓 납치돼 왔음. 타이핑 느림.” 19세기 노예 매매처럼 납치한 사람을 서로 사고팔며 범죄에 동원해 벌어들이는 돈은 캄보디아 국내총생산의 절반에 해당한다.
훈센 일가 독재 정권의 비호 없이는 이런 범죄 단지가 저렇게 공공연히 존재할 수 없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캄보디아 정부가 범죄 조직과 공모 관계라고 공개적으로 성토했다. 캄보디아(Cambodia)에 스캠(Scam)을 붙여 ‘스캠보디아(Scambodia)’란 멸칭까지 생겨난 범죄 국가의 위험을 우리 정부가 너무 늦게 안 것 같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