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들리는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감금 관련 소식에 국민들이 참담해하고 있다.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책무가 최우선인 정부가 그동안 국민이 감금당하고, 고문 받고, 두들겨 맞다 죽을 때까지 방치해오다 이제야 뒤늦게 수습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수습책마저 국민을 안심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민심의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다. 그렇기에 국민들한테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피해자를 신속히 송환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나 앞으로 캄보디아 경찰 주재관을 늘리겠다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국정감사 답변, 피해 한국인을 비행기로 데려오겠다는 조현 외교부 장관, 23일 캄보디아 경찰청장을 만나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하는 ‘코리안 데스크’ 신설을 요청하겠다는 경찰청의 사후약방문식 대책들이 그저 허망하게 들릴 뿐이다.
지금 국민들이 가장 분개하고 있는 것은 캄보디아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왜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대학생 사건은 8월 초 발생했다. 그런데 그게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고 올 들어 8월까지 캄보디아발 한국인 납치 신고는 330건이나 됐다. 연간 10~20건 수준이던 게 지난해 220건으로 늘었고, 올 들어 훨씬 더 증가했다. 납치 신고가 이렇게 급증했으면 이미 지난해부터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고, 올 들어서는 더더욱 그렇게 해야 했다. 게다가 8월에 집권당 원내대표 출신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피해 신고까지 들어왔으면 그때부터라도 전방위적으로 국민 구제 활동에 나서고 지금 쏟아내고 있는 대책도 그때부터 마련했어야 했다. 여야는 이번 일이 각각 전·현 정부 탓이라며 발뺌하기 바쁘지만 국민들한테는 다 같은 대한민국 정부인 셈이다.
이번 일은 단순히 피해 한국인들을 국내로 데려오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이런 일이 빚어지도록 사태가 방치된 구조적 원인을 찾아내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캄보디아에 공관을 둔 외교부, 국민 안전과 외사 업무 및 국내 정보를 담당하는 검찰과 경찰, 해외정보 활동을 맡은 국가정보원 등에서 미리 발 빠르게 대응했더라면 피해가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관계 당국의 대응이나 피해 구제가 얼마나 미온적이고 못 미더웠으면 수사권도 없는 국회의원실에 신고가 접수됐겠는가. 정부는 캄보디아 사태와 관련해 향후 철저한 감사를 통해 국민 안전에 소홀히 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사후 대책 마련에도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